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철회하고, 다른 글로벌 개발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2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오픈AI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및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의 TSMC와 손잡고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오픈AI가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에만 AI 칩 제작을 의존하지 않고, 브로드컴과 함께 자체 칩을 개발한 뒤 위탁생산(파운드리)을 TSMC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월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자체 AI 칩 개발을 위해 브로드컴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은 "오픈AI는 칩 공급을 다각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해 왔다"며 "급증하는 인프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엔비디아 칩과 함께 AMD 칩도 추가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픈AI는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다. AI를 개발하기 위한 반도체 거의 대부분을 엔비디아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이 의존 일변도에서 탈피, 여기에 AMD 칩도 사용하는 한편으로는 자체 AI 칩도 개발하는 등 칩 공급을 다양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AI 칩을 생산하기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자체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AI 반도체 동맹' 구축에 나서면서 작년 6월과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 협력해 칩 제조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7조달러(약 9300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도 알려졌으며 중동 등지의 투자자들을 다수 만나기도 했다.
AI 학습·추론의 기반이 되는 대형언어모델(LLM)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연산용 칩이 필수적이다. 엔비디아 A100, H100 같은 서버용 AI 연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대표적이다. AI 회사들은 매년 칩 구입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는다. 구매를 하기보다 자체 생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왔던 것.
지난 1월 방문 때에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삼성과 SK 최고 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했으며, AI 칩을 만드는 데 이 두 기업과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외신은 오픈AI의 전략이 자세히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오픈AI는 아마존,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과 같이 업계 파트너십과 내외부 방식을 혼합해 칩 공급 확보와 비용을 관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픈AI가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막대한 것을 이유로 파운드리 계획을 현재로서는 포기했으며, 대신 사내 칩 설계 노력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오픈AI는 내부 반도체 설계 팀을 확장할지, 외부 기업을 인수할지 고려하고 있다.
로이터는 “현재 토마스 노리와 리처드 호를 비롯해 구글에서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을 개발한 엔지니어들이 이끄는 20명 가량의 내부 팀이 있지만 다른 파트너와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브로드컴 주가는 전날보다 4.2% 상승 마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