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 반도체 장비업체, 중국산 부품·원자재 공급망에서 완전 배제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1

美 반도체 장비업체, 중국산 부품·원자재 공급망에서 완전 배제

정부 방침에 따라 중국 투자자·주주가 있는 업체로부터 납품도 금지
美 반도체 업계, 한국·일본 등 동맹국에도 대중 수출 규제 확대 요구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4일(현지 시각) 중국산 부품이나 원자재 사용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부품 업체에 통보했다. 사진=ABC 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4일(현지 시각) 중국산 부품이나 원자재 사용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부품 업체에 통보했다. 사진=ABC 뉴스
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램 리서치가 미 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중국 기업을 반도체 장비 공급망 체계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두 회사는 네덜란드 ASML과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업체로 꼽힌다.

미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도록 반도체 공급망 체계에서 중국 기업을 완전히 배제할 목적으로 부품 제공 업체에 중국산이 포함되지 않도록 대체 회사를 찾도록 했다. 미 반도체 장비업체는 중국산 부품이나 원자재가 포함돼 있으면 납품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WSJ가 전했다.
또,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중국 투자가나 주주가 있는 부품 업체도 납품을 금지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중국산 대체제를 찾으려면 비용이 더 많이 들어 반도체 장비업체의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이 말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 기업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고, 램 리서치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조처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강경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어 두 후보가 민감한 분야로 여기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장악력을 확대하려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WSJ가 짚었다.
미국 의회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들 반도체 장비는 대체로 미국 기업이 디자인하고, 우방국인 대만, 한국, 일본, 서유럽 국가의 기업들이 생산한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 제조 과정에서 중국산 부품이나 원자재가 사용되면 미국이 대중 수출을 규제할 때 중국이 이를 무기화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미국 반도체 업계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기업도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규제를 확대할 것을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 정부가 현재 시행하는 중국에 대한 독자 수출 통제를 동맹국 기업이 포함된 다자 체제로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 조처를 발표했다. 미국은 이어 반도체 핵심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와 일본의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동참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현재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는 미국의 어플라이 머티리얼와 램 리서치,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의 ASML이다. ASML은 최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한 회사다.

올해 상반기 중국이 구매한 반도체 제조 장비가 총 250억 달러(약 344200억원)로 한국·미국·대만의 구매 총액보다 많다고 일본 닛케이아시아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추가 규제에 대응하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말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마이크로전자기술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최종 규칙은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된다.

중국은 이에 맞서 지난 5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3440억 위안(약 66조4000억원)에 이르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일명 대기금) 3차 펀드를 추가 조성했다. 이 기금은 고사양 반도체 기술 자립과 AI 반도체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