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홍콩거래소(HKEX)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ETF를 포함한 거래소 상장 상품(ETP) 시장의 순 자산 유입액은 467억 홍콩달러(약 7조6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8% 급증했다. ETP 시장 전체 운용 자산 규모는 5000억 홍콩달러(약 81조 원)에 육박한다.
홍콩거래소 장-프랑수아 메스나르-상스 ETF 책임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투자자들은 ETF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ETF는 주식을 일일이 고르는 시간을 절약하고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벤치마크 지수인 항셍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올해 텐센트를 제치고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10월 22일 기준, 해당 ETF의 평균 일일 거래량은 82억 홍콩달러로 텐센트의 77억 홍콩달러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개별 주식이 거래량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ETF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순위가 역전됐다.
메스나르-상스는 "홍콩 ETF 시장의 투자자층은 홍콩,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미국 등으로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스톡커넥트 프로그램 확대는 ETF 시장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7월에는 91개의 ETF가 스톡커넥트 프로그램에 추가되면서 거래량이 급증했다.
올해 홍콩거래소에는 30개 이상의 새로운 ETP가 상장됐다. 미국 재무부 지수 ETF, 비트코인·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 ETF, CSOP MSCI HK China Connect Select ETF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다.
특히, CSOP MSCI HK China Connect Select ETF는 중동 자금 유입을 위한 상품으로, 지난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홍콩 주식 추종 ETF 출시로 이어졌다.
홍콩거래소는 ETF 시장 성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래 마찰 완화, 국제 투자자 유치, ETP 생성 및 상환 프로세스 디지털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메스나르-상스는 "ETF 시장은 혁신과 다각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ETF 거래량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홍콩 ETF 시장은 주가 상승, 시장 변동성 확대, 신상품 출시 등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거래소의 적극적인 지원과 다양한 투자 상품 출시는 향후 ETF 시장 성장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ETF 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증권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 이탈 및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 ETF 시장은 최근 주식시장 랠리, 중국 본토와의 자본 시장 연계 강화, 다양한 신상품 출시 등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규제 강화,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의 활황과 한국 증시의 부진이 지속할 경우,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따라 홍콩 ETF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증권 시장은 투자자 이탈을 막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상장 요건 완화, 공매도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해외 주식, 암호화폐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개발하여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한편, 불공정 거래 방지, 투자자 교육 강화 등을 통해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고, 거래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해 투자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
홍콩 ETF 시장의 활황은 한국 증권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다. 한국 증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