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전 투표자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도 사전 투표에 적극 가세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민주당이 사전 투표율 상승만으로 고무됐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우편 투표 집계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주마다 규정이 다르다. 하지만 대체로 사전 투표를 나중에 개표하는 경향이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올해에도 붉은 신기루가 나타났다가 푸른 전환이 있을 수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반 개표 결과를 근거로 조기에 승리 선언을 하거나 나중에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해 미시간·위스콘신에서 2020년 대선 당시와 같은 착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그러나 올해 대선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규모로 사전 투표에 나섬에 따라 '푸른 신기루(blue mirage)'가 개표 초반에 나타났다가 후반에 '붉은 전환(red shift)'이 나타나는 정반대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로이터가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인단 확보 숫자가 매직 넘버인 270명을 넘으면 즉각 승리를 선언할 계획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그러나 올해 사전 투표가 본투표를 압도함에 따라 조기 승리 선언은 위험하다고 로이터가 짚었다.
민주당 지지자는 대체로 대도시와 그 인근 거주자다. 이들 지역에서는 유권자가 많아 개표가 상대적으로 지연된다. 이는 곧 트럼프가 개표 초반에 앞서가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반에 맹추격하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편 투표를 비롯한 사전 투표가 전체의 69%에 달했다. 당시에 총 1억145만 명이 사전 투표를 했고, 이 중 6564만 명이 우편 투표자였다. 2016년 대선 때는 사전 투표자가 총 4724만 명, 이 중 우편 투표자가 2422만 명이었다. 2020년 대선에서 사전 투표자가 40%가량 증가했다. 지난 2022년 중간선거 당시에도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사전 투표를 했고, 이번에는 절반 이상이 투표일 이전에 한 표를 행사했다.
사전 투표는 사전 투표소 투표와 우편 투표로 진행된다.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지지자들에게 사전 투표를 독려했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도 사전 투표에서는 여전히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가 앞선다. ABC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사전 투표를 했다고 밝힌 유권자 사이에서 62%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였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대학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도 사전 투표를 한 유권자 중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59%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40%였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