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 이후 암호화폐의 랠리가 탄력을 받으며 비트코인 가격이 11일(현지시각) 뉴욕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8만7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더리움도 지난주에만 30% 상승한 뒤 이날도 5.6% 급등하며 3300달러를 돌파하는 동반 랠리를 펼쳤다.
일론 머스크가 홍보하는 대표적인 밈코인(유행성 코인)인 도지코인도 25% 폭등했다.
트럼프가 미국 경합 7개 주에서 모두 승리하는 등 대선에서 완승하자 디지털 자산 전반에 대한 낙관론이 팽배하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랠리를 펼치고 있다.
투자 플랫폼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자금 및 시장 책임자는 이날 리서치 노트에 “지난주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촉발된 시장의 ‘행복감’ 속에서 암호화폐의 상승세가 이어졌다“면서 ”암호화폐에 집중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은 비트코인 가격을 새로운 정점으로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스트리터는 "트럼프가 업계를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맹세했다”면서 “비트코인 투기꾼들은 보다 완화된 규제 환경에 베팅하고 있으며, 당국이 예비 암호화폐 펀드를 구축해 지속적인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 유세 당시 트럼프는 미국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고 모든 비트코인을 미국에서 채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는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미국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 이후 수요가 폭증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가세하자 올해 들어서만 두 배 넘게 상승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50억 달러 규모의 블랙록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가 운용하는 ETF에 지난 7일 하루에만 사상 최대 규모인 14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입되기도 했다.
10만 달러 돌파 전망 '솔솔'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연내에 10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암호화폐 옵션 거래소 데리빗(Deribit) 데이터를 인용해 이날 런던에서 약 7억8000만 달러 상당의 미결제 약정 베팅이 이뤄진 상태로 다음 달 27일까지 비트코인이 1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데리빗은 이러한 베팅이 성공할 가능성을 18.6%로 내다봤다.
암호화폐 전문 투자회사인 DACM의 리처드 갤빈 설립자는 ”기관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선거를 앞두고 위험을 줄였고 이제 트럼프의 승리 이후 다시 진입하면서 상당한 매수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급등하면서 이날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급등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는 20.57% 폭등했다. 암호화폐 채굴업체인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 주가와 라이엇 플랫폼 주가는 각각 30%와 16% 넘게 폭등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