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재 확보를 위해 억대 연봉과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며 글로벌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국의 공격적인 인재 유치가 국내 AI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1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샤오미는 AI 모델, 컴퓨터 비전, 딥러닝, 자율주행, 자연어 처리 등 다양한 분야의 AI 전문가 채용을 위한 '특별 채용 세션'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우수 인재에게 필기시험 면제와 채용 절차 간소화 등 '패스트 트랙'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샤오미뿐만이 아니다. 바이트댄스, 바이두, 메이퇀 등 중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AI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AI 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전문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베이징대와 채용 플랫폼 질리안 자오핀이 발표한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AI 인재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자연어 처리(NLP)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111%나 급증했다.
이들의 평균 월급은 2만4007위안(약 335만 원)으로, 중국 IT 업계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경력과 전문성에 따라 억대 연봉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AI 일자리는 지역적으로도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전체 일자리의 20%가 베이징에 집중되어 있으며, 풍부한 교육기관과 연구시설,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탕으로 베이징은 'AI 인재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선전, 상하이, 광저우, 항저우 등 주요 도시들도 AI 인재 유치에 적극적이다. 다만 이러한 대도시 쏠림 현상으로 인해 중국 내륙 지역과의 기술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의 공격적인 AI 인재 유치는 한국 AI 산업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AI 전문인력은 수요 대비 30%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의 파격적인 처우는 국내 AI 인재들에게 큰 유혹이 될 수 있으며 특히 신생 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 기업들과의 연봉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 관계자는 말했다.
정부는 AI 인재 양성 및 유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AI 대학원 확대, 해외 우수 인재 유치 프로그램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까지 AI 전문인력 5만 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력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과 과감한 투자에 맞서려면 더욱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도 AI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기업들은 연봉 인상과 복리후생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인재 유출은 단순한 인력 손실을 넘어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는 주장했다.
AI 산업 전문가들은 AI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 혁신, 기업의 처우 개선을 위한 세제 지원 확대, 글로벌 AI 연구소 유치 및 협력 강화, 스타트업 지원을 통한 AI 생태계 활성화, 산학연 협력 강화를 통한 실무형 인재 육성 등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의 AI 인재 확보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한국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