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재촉발에 대한 우려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금리 인하 속도 완화 가능성 발언이 나오면서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떨어지고 있다. 특기 기술주들이 많이 포진한 나스닥 지수는 낙폭이 크다.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도 하락세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전날에도 일제히 하락 마감한 바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인플레이션 둔화 폭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경계심을 높인 데다 연준 파월 의장이 인플레 압력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며 금리 인하 속도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자 시장이 내려앉았다.
파월 의장은 전날 댈러스 연방준비은행후원한 초청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 흐름이 어디로 향할 지 모르는 상태"라며 "앞으로 수개월간 기준금리를 천천히 신중하게 내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는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그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고 있다"면서 "강한 경제 덕분에 조심스럽게 결정을 내려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내각 인선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날 트럼프는 미국 민주당의 상징이던 케네디 가문 출신 로버트 F.케네디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백신 회의론자인 동시에 연방정부 산하 보건 기관들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된서리를 맞은 분위기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사 모더나 , 화이저,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가 크게 밀렸다.대형 제약사 일라이릴리 주가도 뒷걸음했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나온 후 후발 전기차 기업 리비안 주가가 뒷걸음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랐다. 뉴욕증시에서 방산주로 분류되는 미국의 빅데이터 프로세싱 기업 팔란티어는 주식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으로 이전 상장한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뛰었다. 피자 체인 도미노 피자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분을 인수한 소식에 주가가 상승했다. 버크셔는 도미노 피자 지분 3.6%에 해당하는 130만 주를 5억5천만 달러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기대를 밑돈 실적 전망을 내놓아 주가가 떨어졌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테슬라만 상승세, 나머지 6종목은 하락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4% 증가한 7천189억달러로 집계됐다. 예상보다 뜨거운 소비는 미국 경제와 고용이 그만큼 탄탄하며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준의 금리 인하 명분은 더 약해지는 셈이다. 달러-원 환율이 일부 조정을 받았지만 1,400원 선은 고수했다. 달러-원 환율은 아시아 장에서 반도체주 급반등에 빠르게 낙폭을 확대했으나 미국 소비가 예상보다 더 탄탄했다는 소식에 달러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조정폭을 줄였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해 경영 중인 비상장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가치를 2천500달러(약 349조5천500억원)로 평가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스페이스X가 오는 12월 기존 주식을 1주당 135달러(약 18만9천원)에 매각하는 공개매수(tender offer)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페이스X의 이처럼 급격한 기업가치 향상은 머스크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도와 대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그의 영향력이 훨씬 더 막강해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 추가 인하할 확률은 55.0%, 현 수준(4.50~4.75%)에서 동결할 확률은 45.0%로 반영됐다. 동결 가능성이 전일 대비 17.2%포인트 더 높아지고 25bp 인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
유럽증시는 혼조세다. 영국 FTSE지수는 보합권을 오르내리며 0.06% 상승한 반면 독일 DAX지수는 0.16%, 범유럽지수 STOXX600은 0.54% 각각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내림세를 나타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