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가 지속되고, 이에 따라 미 경제가 올 후반에는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착륙 시나리오가 이미 폐기된 데 이어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동시에 경제 열기도 서서히 식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연착륙 시나리오도 용도 폐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선으로 내건 공약들이 미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교역 상대국들의 보복 관세를 부르면서 미 물가는 뛰고, 성장은 정체 또는 둔화되는 최악의 경우 역시 각오해야 한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미 연착륙, 내년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끝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클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12일 비관 전망을 내놨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미 경제가 현재 연착륙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연착륙은 내년 1월 20일 트럼프가 취임하는 날 끝장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뛰면서 연착륙도 종말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대규모 관세, 불법 이민자 추방, 감세 등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니퍼 매키원은 트럼프가 제시하는 관세와 이민 정책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 위험’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연준의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고 경제 성장에도 타격이 미칠 수 있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잰 해치어스는 14일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노트에서 “최대 위험은 광범위한 관세”라면서 “미 성장률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치는 인플레이션이 뛰면 금리도 오른다면서 트럼프의 고관세에 따른 교역 상대국들의 보복 관세까지 더해져 세계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정체 또는 둔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비관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도 관세전쟁이 벌어지면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랜딩
그러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가 13일 공개한 최신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GFMS)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은 미 경제가 트럼프 2기 집권 초기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아지기는 하겠지만 성장도 지속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연착륙이건 경착륙이건 아예 착륙하지 않는 ‘노랜딩’ 시나리오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막대한 미 재정적자로 인해 고금리 상황은 지속되지만 동시에 경제 성장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 속에서도 미 경제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낙관 전망의 출발점이다.
미 10월 소매매출은 예상보다 0.1% 높은 전월비 0.4% 증가세를 기록했고, 미 국내총생산(GDP)은 탄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실업률도 4% 초반대로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완전고용에 가깝다.
BofA 미 경제 분석팀은 15일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노트에서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 양원 모두를 장악함에 따라 미 정책이 대대적인 변화에 직면했다면서 대규모 정책 변화 속에 미 경제가 기로에 섰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3% 넘는 성장세를 지속할 수도 있고,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BofA는 기본 시나리오는 성장이라면서도 확신 정도는 낮다고 밝혔다.
내년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 정책 우선 순위가 드러나면 미 경제가 어디로 갈 지 명확해질 것이라고 BofA는 덧붙였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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