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진정 국면을 맞은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겸 경고의 목소리도 전문가들은 내고 있다.
◇ 수입업체들,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 전가할 가능성 매우 커
트럼프가 공약한 새로운 관세정책의 골자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최소 60%, 최대 100%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품목에 대해서도 10~20%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겠다는 것.
대개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수입관세가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당초 공언한 대로 대폭적으로 인상되면 수입업체나 수입업자들 입장에서는 인상분만큼 소비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기정사실로 여겨도 좋을 정도로 크며 이는 결코 놀랄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트럼프의 폭탄급 관세정책은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가계를 주름지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 美 가계 연간 피해 규모, 평균 400만원 육박 전망
이와 관련, 비당파 연구기관으로 미국의 경제전문 싱크탱크 가운데 국제경제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해 펼칠 관세정책이 미국 가계에 미칠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PIIE에 따르면 트럼프표 폭탄 관세로 오르는 물가 때문에 미국 가계의 평균적인 경제적 피해 규모가 연간 2600달러(약 362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PIIE는 “소비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전자제품과 완구류 등의 가격 급등이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국에 수입되는 소비제품 가운데 전자제품과 완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공급망 관리 전문가인 롭 핸드필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ABC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전자제품이나 완구제품처럼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수입품 가격이 급등하면 소비자들의 가계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수입 비중이 큰 의류 가격도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 전자제품
전자제품 중에서는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컴퓨터, 캠코더(비디오 카메라), 헤드폰, 비디오 게임 콘솔(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등의 가격이 폭탄 관세의 여파로 대폭 인상될 가능성이 큰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통상전문가인 레이먼드 로버츤 텍사스 A&M 대학 교수는 “전자제품은 기본적으로 널리 보급돼 사용되는 대표적인 소비재이자 교역 품목”이라면서 “트럼프가 높인 관세장벽으로 전자제품의 공급망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국 내 관련 기업들과 소비자들 모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들 제품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라면서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최대 100%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미국 전자업계의 커다란 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의류
의류 가운데서는 청바지, 티셔츠, 추리닝을 비롯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 내 소매매장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공급되는 의류 제품의 무려 80% 이상이 외국산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인건비가 낮은 국가들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전문가인 제이슨 밀러 미시간주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입 의류 제품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거의 100%”라고 밝혔다.
◇ 완구류
인형과 보드게임을 비롯한 완구류의 미국 내 소비자 가격 역시 정부 관세정책의 변화에 매우 민감한 품목으로 지적된다.
BE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완구류의 약 90%가 수입품인 실정이기 때문이다.
핸드필드 교수는 “특히 완구류에 속하는 제품들이야말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수입품목”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