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알고 보면 머스크 입장에서는 계산기를 충분히 두드려본 뒤 나온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 전기차 보조금 폐지되면 후발 경쟁사들에 브레이크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공약은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 실제로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트럼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 시각) 미국의 투자매체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머스크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공약을 막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첫째는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지더라도 테슬라는 손해를 볼 일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 둘째는 머스크가 테슬라의 온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자율주행차 사업에 2기 트럼프 행정부가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인베스토피디아는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테슬라의 미국 경쟁업체들이 위축돼 전기차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테슬라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머스크가 판단했을 개연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7월 테슬라 투자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지더라도 테슬라에는 장기적으로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GM과 포드자동차를 비롯한 후발 경쟁업체들에게는 재앙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진 시장에서 테슬라는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 트럼프의 자율주행차 관련 규제완화 행보
다른 이유는 머스크가 올인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사업에 날개가 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머스크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콘셉트를 공개했다. 로보택시는 로봇(Robot)과 택시(Taxi)의 합성어로 자율주행차와 택시 서비스를 결합한 개념이다. 미국에서는 테슬라와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가 완전자율주행 기술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인공지능(AI) 기업 바이두가 베이징과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 로보택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머스크의 이 같은 기대는 실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는 자율주행 차량과 관련해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 정책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맞춰 정권 인수팀도 완전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연방정부의 규제 체제를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교통부가 맡아야 할 최우선 일로 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