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행정부가 달러를 가져오면 온스당 35달러를 무조건 지급하기로 했던 금본위제(금태환제)를 폐지하면서 브렌턴우즈 고정환율 체제가 붕괴한 것에 버금가는 충격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닉슨의 교훈
배런스에 따르면 TS 롬바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블리츠가 최근 분석 노트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교역장벽, 관세 정책이 미 경제에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리츠는 트럼프가 약속한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실행되면 닉슨 전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철폐했던 것과 비견할 만큼의 충격을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금본위제가 철폐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의 고정환율제가 무너졌고, 이후 달러는 급격히 가치가 붕괴됐다.
이는 오일쇼크와 맞물려 미국을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밀어닥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몰아넣었다.
블리츠는 달러가 실질적으로 평가절하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유가를 급격히 끌어올렸고, 이때문에 1973~1974년 미국은 급격한 경기 침체 속에 두 자리 수 물가상승률을 겪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달러, 기축통화 매력 감퇴
이제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지난 50년을 지속했던 글로벌 시스템을 뒤흔들고 있다고 블리츠는 우려했다.
미국은 무역적자, 재정적자 등 쌍둥이 적자 확대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달러 가치를 이끌어갈 수 있었지만 트럼프 관세가 실행되면 외국인들이 더 이상 미 자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달러는 추락을 피할 수 없다고 그는 경고했다.
달러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남아도는 물건들을 미국이 수입하면서 각국이 미 달러를 갖게 됐고, 이 돈이 자연스레 미 자산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각국은 서로 교역을 할 때에도 달러를 사용하고, 안전 자산으로 미 달러 자산을 사들이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이렇게 사들인 덕에 달러는 막대한 재정, 무역 적자 속에서도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한다.
그러나 미국이 외국 물건을 안 사려고 무역장벽을 높이면 그만큼 달러를 쓸 일이 줄어든다.
달러의 기축통화로서 매력이 반감할 수밖에 없다.
남들이 쓰니까
달러가 그 자체로 무슨 매력 덩어리여서 각국이 달러를 쓰는 것은 아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달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모든 이들이 달러를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달러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셀 프로그램에 비유해 사람들이 엑셀을 쓰는 이유는 엑셀을 좋아 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쓰기 때문에(호환성) 쓰는 것이라면서 달러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무역 장벽을 높여 외국 제품 수입을 규제하면 다른 나라들이 그만큼 달러를 쓸 이유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달러사용이 줄며 기축통화 자리도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블리츠는 트럼프 무역장벽, 관세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가 암묵적으로 맺은 ‘계약’을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미국은 외국의 과잉생산을 사고, 외국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미 자산을 사 미 부채가 폭발하지 않도록 한다.
아직 달러를 대신할 기축통화가 등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트럼프 관세가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를 흔들게 되면 그 자리를 꿰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고, 달러가치가 급전직하하면서 미 경제가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블리츠는 닉슨 행정부 재무장관이던 존 코널리의 말을 인용해 그렇게 되면 달러가 미국의 통화이면서 동시에 골치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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