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는 이날 런던 거래 초반 1% 넘게 하락한 1.0335달러까지 떨어지며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 경제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의 기업 활동이 예상보다 더 크게 위축되자 내달 ECB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며 유로화 매도세가 촉발됐다.
이날 시장에서는 내달 ECB의 0.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반영했다. 이는 하루 전 15%에서 대폭 상향된 수치다.
유로화는 지난 3개월 동안 G10(주요 10개국) 통화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인 통화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부과 전망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로존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정치권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유로화가 1유로=1달러에 거래되는 등가(패리티·parity)로 하락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유로존 단일 통화인 유로화는 지난 1999년 출범 이후 단 두 차례만 달러 대비 등가 이하로 하락한 바 있다.
ECB의 금리 인하 전망을 반영하며 유로 지역의 채권 수익률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13%포인트 하락한 1.98%를 기록하며 202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ECB가 1.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전체의 기업 활동 지표도 악화일로다. S&P 글로벌의 11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0월 50에서 48.1로 하락하면서 애널리스트 추정치인 50을 밑돌았다. 시장은 특히 1월 이후 처음으로 활동이 감소한 서비스업의 급격한 둔화에 주목했다.
골드만삭스의 크리스티안 뮬러-글리즈만 자산 배분 리서치 책임자는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적대 행위가 격화하면서 이 지역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으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은 낮은 금리가 필요하며 제조업도 저금리를 필요하다”면서 “현재 여러 요인이 유럽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 지역 자산 시장 전반에 걸쳐 비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