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이들이 포진해 비교적 한 방향으로 나아갔던 1기 행정부와 달리 이번에는 당선자가 평소 표방하던 것과 다른 견해를 가진 인사들이 내각에 두루 포진하게 됐다.
아무도 몰라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마크 쇼트는 25일 AP와 인터뷰에서 내각 인선으로 볼 때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방향을 도무지 짐작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쇼트 전 실장은 “트럼프는 (모든 제품에 관세 부과, 불법 이민자 추방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우선 정책 과제를 제외하면 그 외 정책에 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점프볼처럼 어떤 정책 방향으로 자리잡을 지 지금은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어쩌면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갈지자 행보를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1기 행정부에서는 트럼프가 좀 더 보수적인 생각을 갖는 이들에 둘러싸여 배가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갔지만 이번에는 제각각 중구난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각료 인선
트럼프가 지명한 각료들은 트럼프의 평소 생각과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도 많다.
국무 장관 지명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은 전 세계 독재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높게 평가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을 때가 종종 있다.
차베스-디레머 하원 의원은 노조 결성을 어렵게 해야 한다는 억만장자들, 전 주지사들을 제치고 트럼프의 노동 장관으로 지명됐다. 차베스-디레머는 친 노조파다.
재정적자를 부풀릴 감세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선택한 재무장관은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스콧 베센트이다.
백신 음모론자이면서 트럼프와 달리 낙태권 옹호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전 상원 의원은 보건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기독교 보수파 낙태 반대론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트럼프가 낙태와 관련해 어떤 정책 기조를 펼칠지 종잡을 수 없게 됐다.
관세, 불법 이민 추방
트럼프와 생각을 달리하는 인물들이 다수 포진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트럼프가 주장하는 핵심 가치에는 공감한다는 공통점 역시 갖고 있다.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재정적자 감축 강경론자이지만 동시에 트럼프의 감세안을 지지하고 있다. 감세 연장이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함구하고 있다.
베센트는 아울러 관세에 관해서도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관세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주장을 거부하고 대신 일회성 가격 조정을 거쳐 미국의 외교 정책과 국내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평소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진 장관 지명자들의 과거 행위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함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친 노조 성향인 차베스-디레머 노동장관 지명자가 “재계와 노동계 간 역사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노동 가계의 아메리칸 드림이 다시 충족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차베스-디레머가 노조 결성을 쉽도록 한 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법은 공화당과 트럼프가 끝까지 반대한 법이었다.
트럼프는 또 케네디 전 상원의원이 낙태권리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던 것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대신 케네디 보건장관 지명자가 미 농업, 식품 가공, 약품 제조 분야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가 취임하고 나면 들어서게 될 2기 행정부 정책 방향은 관세와 불법 이민 추방을 제외하곤 모두 백지상태에서 출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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