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 내 반도체와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에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벡 라마스와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의 폴리티코 인터뷰를 거론하고서 "매우 부적절하다. 그들은 정권 인수 전에 지출(반도체 지원금 지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기업인 출신 라마스와미는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게 된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두 기업인이 신설되는 DOGE를 이끌며 정부 관료주의와 과도한 규제, 낭비성 지출을 없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에 최대 78억6600만달러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른 기업과도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마스와미는 전날에도 엑스에 글을 올려 바이든 행정부가 "1월 20일 전에 IRA와 반도체법에 따른 낭비성 보조금을 신속하게 내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DOGE는 이런 막바지 수법(11th hour gambits)을 모두 재검토하고, 감사관이 이런 막판 계약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들이 정부 보조금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이직할 경우 가차 없이 폭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잇따라 공개된 주요 경제지표들에 주목했다.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주간(17일~23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직전주 대비 2천 명 감소한 21만3000 명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전기 대비 연율 2.8%로, 지난 10월 발표된 속보치와 같았고 시장예상(2.8%)에도 부합했다.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2.8% 오르며 헤드라인과 근원 PCE 모두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로 주가가 뒷걸음질했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가와 , 비트코인 최다 보유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올랐다. 인테리어 소품 전문 소매체인 어번 아웃피터스는 시장 예상을 웃돈 실적에 힘입어 주가가 15% 이상 급등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 7'에 가운데 애플만 강보합세,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 모기업)·테슬라·아마존·메타(페이스북 모기업)는 하락세로 장을 열었다. 대부분 종목의 등락폭이 1% 미만인 가운데 엔비디아는 3%대, 테슬라는 2%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엔비디아와 테슬라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트럼프는 전날, 2기 행정부 관세 정책을 총괄할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강경 매파 관세론자인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 제이미슨 그리어를 지명했다.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경제 고문 등을 역임한 케빈 헤셋이 선임됐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 추가 인하할 확률은 69.7%, 현 수준(4.50~4.75%)에서 동결할 확률은 30.3%로 반영됐다. 25bp 인하 가능성이 전일 대비 10.3%포인트 높아지고 동결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 뉴욕증시는 하루 뒤인 28일 연방공휴일인 추수감사절을 맞아 휴장하며 29일에는 오후 1시에 조기 폐장한다.
국제 유가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하며 1,39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달러인덱스가 '트럼프 트레이드'의 되돌림 흐름으로 낙폭을 확대하자 달러-원 환율도 보조를 맞췄다.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서 트럼프 거래의 되돌림이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는 중장기물 위주로 낙폭을 높이고 있고 달러인덱스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뉴욕 전장 종가 대비 1포인트 넘게 밀리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활발해졌던 트럼프 거래는 추수감사절 연휴 및 월말을 맞아 포지션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108.101까지 치솟았던 달러인덱스는 106선까지 내다. 미국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5일 4.5%를 일시 상향 돌파한 뒤 4.2% 초반까지 밀린 상태다. 맥쿼리캐피털의 빅토르 쉬베츠 글로벌 데스크 전략 총괄은 "트럼프는 자신의 승리가 거의 전적으로 3I(인플레이션·불평등·이민)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요소들에 개선이 없다면 12개월 안에 있는 중간선거에서 복수는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