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년 만에 최저치에 그친 가운데 내달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각) 인도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인도 경제는 3분기(회계연도 2분기)에 5.4% 성장에 그치며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6.5% 성장 전망에 크게 못 미쳤다. 이는 2022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직전 분기의 6.7% 성장률과 인도 중앙은행이 전망한 7% 대비 훨씬 낮은 수치다.
제조업과 광업 부문에서 성장이 크게 둔화한 가운데 지표 발표 이후 인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6.8%에서 6.74%로 6bp(0.06%포인트) 하락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GDP 성장률 부진이 다음 달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컨센서스는 RBI가 내달 6~8일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에서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 채권(레포) 금리를 현행 6.5%에 11회 연속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성장률 지표 부진으로 금리 인하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도의 니르말 방 인스티튜셔널 에퀴티의 테레사 존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더 큰 경기 둔화가 통화정책의 내러티브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면서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GDP 지표 발표 이후 인도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도 이어질 전망 속에 골드만삭스는 이미 2025년 3월까지인 이번 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치를 6.4%로 낮게 예상했다.
다만 최근 인도의 인플레이션이 상승세인 점은 금리 인하에 부담 요인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해리 체임버스 이코노미스트는 22일 자 보고서에서 “인도의 경제 활동이 향후 몇 분기 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는 정책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인해 RBI가 몇 달 동안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지출 증가와 농촌 소비 회복으로 회계연도 하반기에 성장률 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ICRA의 아디디 나야르는 “향후 몇 달 동안의 전망이 명백히 엇갈리고 있지만, 정부 지출과 농촌 소비 회복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며 연간 6.5~6.7%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대보다 낮은 성장률과 젊은 층의 실업률 상승은 올해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최근 모디 정부의 재무부 장관 등 주요 장관들은 고금리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해 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아비셰크 굽타 인도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인도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면서 12월 RBI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이것이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면서 “사크티칸타 다스 총재의 매파적 발언을 고려할 때 RBI가 내달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스 총재는 지난달 “현 단계에서 금리 인하는 ‘매우 매우’ 위험하다”면서 “인플레이션과 성장 역학이 잘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물가 압력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