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베르노바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 분사한 회사로, 지난해 4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GE 베르노바가 원자력, 천연가스, 풍력, 탄소 포집 기술을 아우르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미래 에너지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MR, 기존 원전 대비 경제성·안전성·유연성 갖춰
30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GE 베르노바의 원자력 계열사인 GE 히타치(Hitachi)의 니콜 홈즈 최고상업책임자(CCO)는 SMR이 기존 대형 원자력 발전소 대비 건설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홈즈 CC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원자력 에너지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었다"며 "SMR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GE 베르노바의 SMR 모델인 BWRX-300은 기존 원전보다 부품 수와 건설 자재가 적어 설계가 간소화됐다. 건설 비용은 20억~40억 달러로, 100억~150억 달러에 달하는 대형 원전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BWRX-300은 3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며, 이는 미국 가정 20만 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미국 원전의 평균 발전량은 약 1,000MW다.
홈즈 CCO는 "SMR은 작은 규모 덕분에 설치 장소에 대한 유연성이 높다"며 "한 부지에 4개의 SMR을 설치하면 대형 원전 1기와 동일한 발전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SMR은 모듈식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하나의 SMR을 가동하면서 다른 SMR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2030년대 중반까지 연간 매출 20억 달러 목표… 기술 기업과 협력도 모색
GE 베르노바는 2030년대 중반까지 SMR 사업에서 연간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총 매출 332억 달러의 약 6%에 해당하는 규모다. GE 베르노바는 2035년까지 미국, 캐나다, 영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총 57개의 SMR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10월 리서치 노트에서 GE 베르노바가 연간 3~4개의 SMR을 출하해야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GE 베르노바가 목표 시장에서 33%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홈즈 CCO는 "현재 주요 시장에서 탄탄한 수주 실적을 쌓고 있다"며 "초기 구매자는 대부분 전력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GE 베르노바는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에 주목하며 주요 기술 기업들과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홈즈 CCO는 "많은 대형 기술 기업들과 SMR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들은 새로운 원자력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SMR이 자사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지역 SMR 배치 가속화… 온타리오 파워, TVA 등과 협력
GE 베르노바는 2023년 3월 폴란드의 온타리오 파워 제너레이션, 테네시 밸리 개발청(TVA), 신토스 그린 에너지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BWRX-300 상용화를 위한 5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홈즈 CCO는 "각 지역에 맞춤형 원전을 건설하는 대신, 표준화된 SMR 설계를 통해 다양한 시장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GE 베르노바는 2023년 1월 온타리오 파워와 북미 최초의 SMR 상용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북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SMR 상용화 사례다. 해당 SMR은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온타리오 호수 달링턴에 건설될 예정이며, 온타리오 파워는 향후 달링턴에 3개의 BWRX-300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TVA가 클린치 리버 부지에 BWRX-300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TVA는 2019년 클린치 리버 부지에 대한 SMR 조기 부지 허가를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로부터 획득했으며, 현재까지 3억 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CNBC에 따르면 TVA의 스콧 허너웰 신규 핵 프로그램 부사장은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재정적 위험이 낮다"며 "건설 기간이 짧아 이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TVA가 이미 BWRX-300과 동일한 연료를 사용하는 GE의 비등수형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어 기술적인 친숙성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술 기업, 원전 투자 통해 탄소 중립 목표 달성 노력
전력 회사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기술 기업들이 SMR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홈즈는 "기술 기업들은 직접 원전을 건설하는 대신 전력 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SMR 도입을 지원할 것"이라며 "이는 전력 회사의 SMR 투자를 촉진하고 초기 시장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MR,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 될까?
GE 베르노바의 SMR 사업은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SMR은 경제성, 안전성, 유연성을 갖춘 차세대 원자력 기술로, 탄소 배출 감축과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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