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신문 니켓이아시아는 수소산업 보조금 프로그램에서 중국산 장비를 배제한 것과 관련,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에 시장을 내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1차 경매 결과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진행된 1차 경매에서 선정된 프로젝트 중 15%가 중국산 전해조 사용을 계획했으며, 약 60%는 중국에서 조립·가공한 스택을 포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전해조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풍력 발전 분야에서도 저가 중국산 터빈의 유입으로 지멘스 에너지 등 유럽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로 스웨덴의 노스볼트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EU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5.3%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10억 유로 규모의 배터리 보조금 프로그램에서도 중국 기업들에 EU 내 생산시설 설립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EU의 이러한 움직임이 산업 보호를 위한 본격적인 대중국 견제의 시작이라고 평가한다. 한 유럽 연구기관 관계자는 "EU가 친환경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더 강력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EU 회원국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독일과 헝가리 등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고려해 과도한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중국과의 타협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KIET)의 한 관계자는 "EU의 결정은 미·중 갈등 속 친환경 산업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한국도 핵심 기술과 장비의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해조 등 핵심 장비의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의 수소 관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 대비 8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주요 부품의 국산화율도 낮은 실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한국이 수소 경제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R&D 지원 확대와 실증사업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EU의 결정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EU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배제되면 한국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EU의 기준에 맞는 기술력 확보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