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미국 우선주의' 속에 당분간 뉴욕 주식 시장은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세계 주식 시장에 비해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파른 뉴욕 상승세
뉴욕 주식 시장 3대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지난달 이후 모두 8회,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4일까지 모두 9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회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시장 실적 지표인 S&P500 지수는 올 들어 27% 넘게 폭등했다.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31% 폭등했고, 대형 우량주 30개로 만들어져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다우 지수도 19% 넘게 급등했다.
반면 전 세계 시장 흐름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주식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미국 제외 전 세계 지수(ACWI)는 올해 상승률이 고작 7%를 조금 웃돌고 있다.
정치적 혼란
세계 지수가 뉴욕 주식 시장에 비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최근 정치적 혼란이 그 이유 가운데 하나다.
대표적으로 한국 시장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전격 선포하고, 국회가 이에 반발해 4일 새벽 계엄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한국 시장이 요동쳤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4일 1.4% 하락했고, 올해 전체로는 7.2%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여당이 이날 대통령 탄핵 불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야당은 탄핵안을 제출함에 따라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시장을 계속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프랑스 하원은 이날 미셸 바르니에 총리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불신임안 통과로 프랑스 정부는 62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붕괴에 직면했다.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정부와 야당 간 갈등이 결국 정부 붕괴로 이어지게 됐다.
특히 현재 의회가 중도 우파 여당과 마린 르펜의 극우, 또 극좌 등 정치색이 뚜렷한 3개 세력으로 분화돼 있고, 누구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어 정정 불안이 지속될 전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신속히 총리를 새로 뽑아 내년 예산안을 연말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프랑스는 사상 초유의 정부 기능 마비라는 ‘셧다운’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새 총리 선임부터 난관이어서 셧다운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지난 한 달 정국 혼란 속에 1% 하락했고, 올해 전체로는 3.2% 내렸다.
이런 흐름이라면 당분간 세계 증시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AI·관세
세계 증시가 더딘 행보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로는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미국에 밀리고, 대규모 관세를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의 집권이 임박했다는 점도 있다.
특히 미국은 AI 투자에서 2위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압도하고 있어 계속해서 다른 나라와 격차를 벌리며 질주할 전망이다.
뉴욕 주식 시장이 AI 테마를 중심으로 가파른 질주를 지속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반면 트럼프 관세는 미국 수출로 먹고 사는 수출 위주의 한국, 독일, 중국 등에 타격을 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유럽은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BC에 따르면 JP모건글로벌 리서치 책임자 조이스 장은 지난달 후반 재팬소사이어티(일본협회)의 2024 경제·재무학포럼에서 유럽의 경쟁력 약화를 지적했다.
그는 유럽은 경제 모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이를 바꿔야 한다면서 생산성에서도 미국에 엄청나게 뒤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은 그러나 미국의 경우 트럼프의 미 우선주의로 인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는 있지만 이를 통해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른 나라들은 이제 새로운 기준이 될 미 우선주의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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