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를 주도했던 유럽의 자동차 산업이 전례 없는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전환 압박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 규제 강화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이미 실물 경제에서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폭스바겐의 주가가 1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스텔란티스의 CEO가 사임했으며, 포드는 유럽에서 4000명의 감원을 단행했다. 보쉬와 ZF 프리드리히스하펜 같은 주요 부품업체들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EU GDP의 7%를 차지하고 1460만 명의 일자리와 연관된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유럽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유럽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두드러진다. 유럽의 자동차 생산 점유율은 팬데믹 이전 25%에서 2024년 19%로 급락한 반면, 중국은 33%로 성장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전기차 시장에서의 열세다. 엄격한 환경규제로 전기차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위축은 유럽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EU R&D 투자의 31%를 담당하는 혁신의 중심지로, 이 산업의 쇠퇴는 유럽의 전반적인 혁신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속·전자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침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또 다른 도전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산 자동차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멕시코에서 미국 시장용 차량을 생산하는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기지 재편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유럽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강자들의 입지가 약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기술과 시장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유럽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 기술 혁신, 생산 효율성 제고, 새로운 시장 전략 수립이라는 과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