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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국인 근로자 해외 송금, 엔화 약세 우려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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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국인 근로자 해외 송금, 엔화 약세 우려 키워”

일본 도쿄에서 1만엔, 5000엔, 1000엔의 신권이 유통된 날, 일본은행의 화폐 박물관에 전시된 신권 1만엔 지폐에 홀로그램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도쿄에서 1만엔, 5000엔, 1000엔의 신권이 유통된 날, 일본은행의 화폐 박물관에 전시된 신권 1만엔 지폐에 홀로그램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일본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송금량 증가가 장기으로 일본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7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지난 주 3일 엔화는 10월 중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달러당 148대까지 강세를 보였다. 미국 금리 인하와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금리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면서 달러 대비 엔화 매수가 촉발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화는 2022년과 2023년에도 비슷한 12월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2022년 12월 당시 일본은행은 정책 조정을 발표했고, 지난해인 2023년 12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수개월 간 어려워질 것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예년과 다르게 이런 흐름에 연말 일본 내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송금이 증가하면서 장기적인 엔화 가치 하락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필리핀 국립은행 도쿄 지점장 로데릭 엔리케스는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본국 가족에게 보내는 해외 송금 규모와 빈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그러나 엔화가 연말 지속 강세를 보일 경우 송금 규모는 분명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금융 기관은 엔화를 달러로 환전한 후 그 달러를 목적 국가 통화로 바꾼다. 이로 인해 엔화 강세는 송금 받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엔화가 7월 최저치인 162대에서 141대로 급등했던 8월 한 달 동안 일본 내 근로자들의 해외 송금을 나타내는 데이터 포인트인 '개인 송금' 금액은 885억 엔(589억 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지난 2020년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 여러 이벤트로 인해 외국인들의 해외 송금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첫 번째 이벤트는 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일본은행 금융정책회의다. 연준은 오는 18일까지, 일본은행은 19일까지 정책회의를 개최한다. 시장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일본은행은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일 간의 금리가 좁혀지면 엔화 가치가 상승, 일시적으로 일본내 외국인들의 해외 송금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이벤트는 연말연시다. 지난 5년간의 데이터에 따르면 12월에는 연중 평균에 비해 약 20% 더 많은 자금이 해외로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 가족들을 위한 송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투자 신탁 개인 해외 증권 투자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엔화 매도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투자 신탁을 통한 개인의 해외 증권 투자는 1월부터 10월까지 순 기준으로 8조5000억 엔을 넘어섰다. 이는 일본 현지 외국인 근로자들의 해외 송금보다 더 큰 엔화 약세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출입국 체류 관리청은 6월 말 기준 일본의 외국인 거주자 수를 358만 명으로 집계했다. 국립인구사회보장연구소는 2070년에는 그 수가 939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국 내 인력 부족을 외국인 근로자들의 숫자로 충당하려는 국가 정책으로 인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들의 존재로 인한 엔화 매도 규모가 현재 연간 8000억 엔이라면, 2070년에 총 2조 엔 이상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더욱이 일본 근로자들의 임금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송금을 통한 엔화 매도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유동성이 낮은 연말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방코 두 브라질의 도쿄 지점장 앨리슨 아귀아르 다 코스타는 “아시아, 특히 네팔에 보내는 송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