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로이터 넥스트 컨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은행 경영진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한 규제 환경을 우려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로빈 빈스 BNY멜론의 CEO는 암호화폐가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빈스 CEO는 "암호화폐는 몇 차례의 경제 사이클을 거치며 실전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며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새로운 자산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암호화폐 산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바이든 행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를 철폐하고 은행의 암호화폐 사업 참여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주에는 페이팔 전 CEO이자 암호화폐 지지자인 데이비드 삭스를 백악관 '암호화폐 차르'로 임명하고, 암호화폐 친화적인 폴 앳킨스 변호사를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지명하는 등 암호화폐 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앳킨스 지명 발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한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이 은행권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즉각적으로 촉발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은행 규제 기관 인선을 발표하지 않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월가 감독 책임자인 마이클 바는 암호화폐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2026년까지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실버게이트, 시그니처 은행 등 암호화폐 친화적인 은행들의 잇따른 붕괴는 규제 당국의 암호화폐 리스크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크리스틴 존슨 위원은 "암호화폐 시장의 혼란으로 인한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FTX 파산 사태와 같은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은행권은 규제 완화와 더불어 고객 수요를 암호화폐 사업 진출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맷 겔렌 소비자 투자 부문 책임자는 "일부 고객에게 암호화폐 투자 상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객들의 관심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US뱅크의 아키타 소마니 부사장 역시 "젊은층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수요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는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한 규제 환경, 그리고 제한적인 고객 수요는 은행권의 암호화폐 사업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규제 명확성 확보, 시장 안정화, 고객 수요 증가 등이 이루어질 경우 은행권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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