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공개한 차세대 양자컴퓨팅 칩 '윌로우'가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우주의 나이보다 긴 10셉틸리온년(우주 나이 138억 년의 약 72조 배)이 걸리는 연산을 단 5분 만에 처리하는 혁신적 성능을 선보이며, 컴퓨팅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최근 더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이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인류 문명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고 이는 1947년 최초의 트랜지스터 발명, 1971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출현에 견줄 만한 혁신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구글이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개발한 윌로우는 초콜릿 한 조각 크기(4cm)의 작은 칩이지만, 기존 양자컴퓨터의 최대 약점이었던 오류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구글 퀀텀 AI의 설립자 하르트무트 네벤은 "30년 숙제였던 양자 오류 수정의 문제를 해결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윌로우의 등장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 진전이 기대된다. 의료 분야에서는 신약 개발 기간이 10년에서 2~3년으로 단축되고, MRI 영상의 원자 수준 분석으로 난치성 질환의 조기 진단 정확도가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포집 기술 개발,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신소재 발견 등도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맥킨지는 양자컴퓨팅 시장이 2040년까지 17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현재 2000억 달러 규모인 글로벌 사이버 보안 시장이 양자컴퓨팅 시대를 맞아 2030년까지 5000억 달러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구글과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차세대 양자암호 기술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 중이다.
주목할 점은 2024년 현재 중국이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맥킨지의 2023년 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까지 양자컴퓨팅 분야에 15.3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3.8억 달러)의 4배, 독일(총 5.2억 달러)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BCG의 분석에 따르면 양자컴퓨팅의 상용화는 3단계로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부터 2030년까지는 노이즈가 있는 중규모 양자컴퓨터(NISQ) 시대로 제한적 상용화가 시작되고, 2030년에서 2040년에는 기존 컴퓨터 대비 확실한 우위를 보이며 시장 규모가 900억~1700억 달러로 성장하고, 2040년 이후에는 오류 보정이 완벽해진 전면적 상용화가 실현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큐비트 수가 2018년 이후 매 12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전체 기술 투자가 50% 감소했음에도 양자컴퓨팅 분야는 12억 달러의 벤처캐피탈 투자를 유치했으며, 맥킨지는 2040년까지 이 분야가 4500억~85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양자기술 발전 전략'에 따라 2022년까지 0.1억 달러였던 투자를 2023년 2.3억 달러로 대폭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양자컴퓨팅 연구센터를 설립했으며, SK하이닉스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 트럼프 취임 이후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 독자적 기술력 확보와 함께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R&D 투자 확대, 전문인력 양성, 산학연 협력 강화 등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양자컴퓨팅은 21세기 디지털 문명의 새 장을 여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 확실하다. 구글의 윌로우 공개를 계기로 본격화된 기술 혁신 경쟁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과 기술 개발 노력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