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회 상대로 수출 통제 규정 적용 완화 요청, 미 상무부는 거부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 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는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처 완화를 위해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치열한 로비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중국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와 관련이 있는 3개 기업 등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일 중국 140개 기업에 대한 신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화웨이 협력사인 스웨이슈어(Swaysure) 테크놀로지, 칭다오 시엔(SiEn(Qingdao), 선전 펜순 테크놀로지(Shenzhen Pensun Technology Co)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3대 통신 장비업체는 화웨이의 협력사인 3개 중국 업체에 대한 수출로 60억 달러(약 8조5800억 원)의 수익을 올렸고, 앞으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추가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업체들은 상무부에 추가 수출 허가를 요청했으나 상무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관련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이 이뤄지면 중국이 이를 이용해 인공지능(AI) 칩, 자율 운행 드론 등을 생산하고, 미국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가할 수 있다며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또 화웨이에 반도체 등을 공급하는 기업은 앞으로 미국 국방부와는 거래할 수 없게 했다. 최근 공개된 미국 국방수권법(NDAA, 국방예산 법)에는 미국 국방부 계약업체가 중국 화웨이나 그 계열사에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반도체 설계용 설비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국방수권법이 의회를 통과하면 화웨이에 첨단 반도체 기술 등을 공급하는 기업은 국방부와의 거래가 금지된다. 미국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2023 회계연도에 약 4600억 달러(약 658조 원) 규모의 계약을 기업들과 체결했었다.
미국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2일 중국이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확보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중국에 대한 수출을 통제했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다. 이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에도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적용해 한국에서 생산되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도 중국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 반도체 장비 업체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에서 제외됐다.
NYT는 “다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가 규칙 적용을 완화해 중국에 대한 판매를 계속하려고 정부 측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미국 업체들은 다른 나라 경쟁사에도 동일한 규제 조처를 하면 대중 수출통제를 수용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는 일본과 네덜란드 업체가 중국에 대한 수출에 제한을 받지 않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 리서치는 최근 미 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중국 기업을 반도체 장비 공급망 체계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미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도록 반도체 공급망 체계에서 중국 기업을 완전히 배제할 목적으로 부품 제공 업체에 중국산이 포함되지 않도록 대체 회사를 찾도록 했다. 미 반도체 장비업체는 중국산 부품이나 원자재가 포함돼 있으면 납품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