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예금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기준금리를 연 3.40%에서 3.15%로 각각 0.25%포인트 내렸다고 12일(현지시각) 밝혔다.
ECB는 올해 6월 1년 11개월만에 정책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리고 통화정책 방향전환을 모색했다. 이후 7월 금리를 동결한 뒤 9월과 10월에 이어 이달까지 세 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4.50∼4.75%)와 ECB 예금금리 격차는 1.50∼1.75%포인트로 벌어졌다.
ECB의 금리인하 결정의 배경에는 경기침체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리스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CB는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0.8%에서 0.7%로, 내년 전망치 역시 1.3%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이미 유럽연합(EU)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가 1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유로존의 2025년 실질 성장률은 1.3%로 지난 5월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 역내 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0.7%, 0.8%로 1%대에 미치지 못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3분기 성장세가 회복됐지만, 이번 분기는 성장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3분기 성장 회복은 여름철 관광업 호황 등 일회성 요인에서 비롯했으며, 최근 지표에서는 성장 모멘텀이 꺾이고 있다. 제조업은 여전히 위축됐고 서비스업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제한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점차 사라져 내수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ECB는 이날 회의에서 유럽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통상 마찰 위험이 수출과 세계 경제를 약화시켜 유로존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무역 갈등이 커지면 유로존 인플레이션 전망도 더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CB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올해 2.4%, 내년 2.1%로 기존 전망치에서 각각 0.1%포인트 내렸다.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목표치 2.0%보다 낮은 1.7%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에는 2.3%로 반등했다. 그러나 ECB는 경기 둔화로 내년도 물가상승률이 오히려 목표치를 밑돌 수도 있다는 우려로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공격적 금리인하를 계속 단행한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유럽 각국은 ECB의 금리 인하가 늦어져 경기가 침체하면 물가가 과도하게 하락할 것이 우려 우려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ECB가 내년 6월까지 예정된 네 차례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모두 25bp씩 인하하고 하반기 한 차례 더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 상태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예금금리는 1.75%까지 내려간다.
전문가들이 유로존 경제성장을 자극하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중립금리로 추정한 2.0∼2.5%보다 낮은 수치다.
경기침체와 트럼프 관세 폭탄 우려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유럽 뿐만이 아니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올들어 총 다섯 번째 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모든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위협이 “매우 파괴적이며 큰 불확실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고율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는 한편,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적자 비율을 높이고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규모 확대, 지급준비율·금리 인하 방침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HSBC 파비오 발보니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소비자들이 계속 지출을 줄이고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 결정을 연기해 수요가 지속적으로 부진할 경우 내년 인하 속도를 가속화하는 방안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