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와 경제제재로 이란의 핵개발을 억제한다는 미국의 오랜 정책 기조를 뒤집는 것이다.
폭격, 진지하게 검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각) 트럼프 인수위 일부 멤버들이 이란 핵시설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방안에 대해 더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란의 지원을 받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반군에 쫓겨난 뒤 중동 지역 재편 구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와 가자 지구 하마스 무장정파가 이스라엘의 맹공 속에 세력이 크게 위축되자 이란에 대해서도 대화 대신 무기를 드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들은 최근 역내 위상이 약화된 가운데 이란이 핵 무장 의지를 키우고 있어 트럼프 인수위 내에서 핵시설 폭격과 같은 민감한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논의 초기 단계라고 이들은 단서를 달았다.
소식통 2명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수 차례 전화 통화에서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트럼프는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해 미군을 전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며칠이면 생산
이란은 마음만 먹으면 며칠 안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미 정보 당국은 지난주 공개된 보고서에서 이란이 최소 핵폭탄 12개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고도로 농축된 우라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은 그 동안 이란이 핵폭탄을 만들려면 수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판단해왔지만 이제 이 기간이 수일로 단축됐다.
보고서는 비록 이란이 현재 핵 무기를 만들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연구 성과에 힘입어 마음만 먹으면 수일 안에 핵무기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인수위는 이란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최고압박 2.0’ 전략에서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 1기 시절의 ‘최고압박’ 전략은 경제 제재에 집중돼 있었지만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2기 행정부에서는 개량형 전략으로 군사적 공격 옵션이 포함될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아직은 추가 경제제재에 무게가 실리고는 있지만 폭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군사적 위협으로 이란을 대화 무대로 불러
소식통 4명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가 참석한 자리에서 논의된 옵션들이 일부 있다.
우선 미국이 병력과 전투기, 전함을 중동 지역에 추가로 파병해 군사위협을 하는 것이다. 또 이스라엘에는 벙커버스터 같은 첨단 무기들을 판매해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미국이 이란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군사적 압박도 심화하면 경제난 속에 이란이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에 나서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트럼프가 북한 핵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써먹었던 수법이다.
미치광이 전략
3차 세계대전은 피하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기본 입장이기는 하지만 그는 이란과 전쟁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12일 공개된 시사주간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면서 이란과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앞서 1기 행정부 끝 무렵 이란 핵 시설을 선제공격 하는 방안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팀이 이란의 핵물질 보유량이 증가했음을 확인한 직후 선제공격을 검토했다고 당시 행정부 관계자들이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그러나 퇴임 뒤에는 이란 핵시설 공격을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발을 뺐다. 그는 외려 자신의 고위 안보 보좌관들이 전쟁계획을 입안해 자신에게 재가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오락가락하는 이런 수사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란에 핵시설 선제공격 가능성은 늘 열려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트럼프가 어느 순간 돌연 핵시설 공격을 결정하는 미치광이 짓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은근히 내세우면서 이란을 압박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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