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을 "기습 강등"했다. 뉴욕증시에서는 탄핵정국을 맞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주목하고 있다.
14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진행된 정치적 위기를 들어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한단계 낮췄다. 무디스는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로 '정치적 분열'을 들었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3으로 낮추기로 한 결정은 프랑스의 재정이 정치적 분열로 프랑스의 공공 재정이 상당히 약화하고, 당분간 대규모 적자를 줄일 수 있는 조치의 범위와 규모를 제약할 것이라는 우리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의 신용등급에서 Aa3는 네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중상위대인 A1∼A3의 바로 위다. 프랑스의 신용등급 전망은 당분간 지금 그대로 유지될 것을 의미하는 '안정적'으로 설정됐다. 무디스의 이번 강등 결정은 프랑스가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대치 끝에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끈 연립 정부가 불신임안 가결로 붕괴한 지 열흘 만에 나왔다. 바르니에 총리는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물러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범여권 중도파 정당인 모뎀(MoDem)의 프랑수아 바이루(73) 대표를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프랑스 의회가 압도적 우위에 있는 정당 없이 여러 당으로 갈라져 정책 등을 놓고 극도로 대립하고 있어 신임 총리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 정국 혼란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무디스는 "정치적으로 매우 분열된 환경에서 차기 정부가 내년 이후에도 재정 적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일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정치적 불안에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의 제도적 강인함과 회복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내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와 화상 면담을 했다. 이번 면담에는 로베르토 싸이폰-아레발로 S&P 국가신용등급 글로벌총괄, 마리 디론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글로벌총괄, 제임스 롱스돈 피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총괄이 참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3사는 최근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통해 오히려 한국의 제도적 강인함과 회복력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S&P는 "최근 사태에도 한국의 국가시스템이 잘 작동했다는 점이 신용평가사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사태 직후 이뤄진 기재부,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의 신속한 시장 안정화 조치는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얼마나 강건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도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은 신용평가에 매우 유용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무디스는 "최근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한국 경제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다는 데 공감한다"며 한국의 견고한 법치주의가 높은 국가신용등급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피치는 "과거 대통령 탄핵 시에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 또한 마찬가지로 한국의 신용등급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피치는 이어 "한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최상목 부총리는 "헌법, 시장경제, 위기관리 등 한국의 모든 국가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정상 운용되고 있다"며 "과거에도 두 차례 탄핵으로 인한 혼란이 있었으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야당이 제안한 여야정 경제협의체에 정부가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과 협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