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뉴욕증시의 최대 이슈는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여부와 미국 연준 FOMC의 금리인하 여부이다.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유보하고 미국 연준 FOMC가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경우에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폭발하면서 일본쪽 자금이 뉴욕증시쪽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뉴욕증시 주간 전망 및 주요 일정 및 연설
12월 16일= 12월 S&P글로벌 제조업,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 엠파이어스테이트(뉴욕) 제조업지수
12월 17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일 차 소매판매 산업생산·제조업생산·설비가동률 기업재고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시장지수
12월 18일 = 미 연준 12월 FOMC 2일 차, 연준 기준금리 결정, 연준 FOMC 경제 전망 보고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기자간담회, 신규주택착공·주택착공허가 3분기 경상수지 마이크론 실적발표
12월 20일=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및 개인소득, 월 미시간대학교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
미국의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연준이 12월 FOMC를 연다. 올 12월 금리인하는 예정대로 진행하도라도 내년도 금리인하계획을 밝히는 점도표는 크게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괌세 폭탄과 이민자 대규모 추방도 물가를 다시 부추킬 가능성이 높아 내년도 금리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이 번주 뉴욕증시 최대 이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회의이다. 미국 연준은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올해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거의 100%에 육박한 확률로 반영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연준이 발표하는 경제 전망이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가 주목된다.
미국의 11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3% 오르며 예상에 부합한 만큼 FOMC에서만 이변이 없으면 투자자들을 마음 놓고 연말 강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내년부터는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모건스탠리도 연준이 2026년에는 단 한 차례의 금리 인하를 시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연준이 보수적으로 나온다면 내년에도 세 차례의 인하만 시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주에는 일본은행(BOJ)과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BOE) 통화정책회의도 예정되어 있다. 주요 경제 지표 중에서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가 발표된다. 미국 경제 GDP 성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동력인 소매판매 지표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도 발표된다. 미국의 제조업, 서비스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제조업 관련 수치도 나온다. 뉴욕증시 상장 기업 중에서는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소매기업 나이키, 페덱스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약 1.8% 하락했다. 한 주간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4% 내렸다. 같은 기간 나스닥종합지수는 0.34% 올랐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13일(현지시간) 처음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24.43% 폭등한 224.80달러(32만 2천857원)에 거래를 마쳤다. 브로드컴 시가총액은 1조640억 달러로 불어나며 처음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시총 순위도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1조420억 달러)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9천925억8천만 달러)를 제치고 8위로 뛰어올랐다. 브로드컴 주가는 이날 228달러선까지 오르며 230달러에 근접하기도 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오히려 활발해 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때 ‘1달러=153엔’을 넘어섰다. 달러-엔 환율은 일본은행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지난달 말부터 150엔 아래로 내려가면서 엔화가치가 높아졌지만,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일본은행 내부 발언이 나오면서 다시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엔화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뉴욕증시는 11월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실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에 따라 12월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실어왔다. 당시 우에다 총재는 “데이터가 가정한 대로 변해 간다고 하는 의미에서는 가까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2%를 향해 착실하게 올라간다는 확실성이 커지면 적당한 타이밍에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졌다. 나카무라 도요아키 일본은행 정책위원은 지난 5일 히로시마현 금융경제 간담회에 참석해 “금리 인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금리 인상 시점은 데이터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앞서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경제 지표가 나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일본은행 이사회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 7월 금리 인상 결정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이 발언이후 엔화 가치는 5일 연속 하락해 지난 11월 2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금융 시장이 반영한 일본 금리 인상 가능성은 64%였으나 이후 16%로 줄었다. 엔화 가치가 상당기간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도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10일 데이터를 바탕으로 헤지펀드가 최근 엔화에 대한 하락 베팅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올해 초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다(미즈호 증권·삭소 마켓)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 최대 변수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취임 즉시 멕시코와 캐나다의 모든 수입품에 25% 세금을 부과하고 중국 제품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될 경우, 미국 상품 가격 전반에 큰 상승압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이민자들을 즉각적으로 국경 밖으로 쫓아내는 정책 역시 미국의 저렴한 노동자들을 줄여 임금 상승을 끌어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 12월 시행된 ‘감세와 일자리법’(TCJA)을 연장하고,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낮춰주는 것 역시 공약하고 있다. 이 또한 미국의 재정적자를 더욱 심화시키고 국채 발행 물량을 높여 달러 금리를 끌어올리며 전 세계 자금을 미국으로 흡수하는 ‘진공청소기’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엔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을 줄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포지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변동성은 또다시 지난 7월처럼 급격한 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에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파키스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뉴질랜드, 헝가리, 체코, 러시아 등 최소 22개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의 귀환’을 앞두고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주요 각국 중앙은행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