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에 대한 기대감 속에 지난달 초 이후 7주 연속 상승세를 굳히며 2021년 이후 최장기간 상승세를 구가했다.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한국 시각으로 17일 오전 5시 37분 현재 전일 대비 2.92% 오른 10만6161.31달러에 거래됐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3.83% 상승한 4053.75달러에 거래됐다.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그동안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조달해 비트코인에 대한 레버리지 베팅에 나선 바 있다. 이날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주에 1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유동성 제공업체 아벨로스 마켓의 션 맥널티 트레이딩 디렉터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인덱스 펀드가 이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면서 "이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더 많은 비트코인을 매입하기 위해 더 큰 자기자본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7~18일로 예정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팽배한 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 촉매가 됐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번 주 연준의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95.4%로 반영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의 기술주와 비슷한 성격을 감안해 금리 인하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긍정적인 재료로 해석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만들 것이란 기대감도 지속적인 가격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다.
암호화폐 플랫폼 오거스트의 아야 칸토로비치 공동 설립자는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많은 사람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훨씬 더 우호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낙관론이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수요에 반영돼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들어 두 배 넘게 상승한 가운데 최근 상승 속도가 둔화된 점은 추가적인 가격 상승에 걸림돌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IG 호주 Pty의 시장 애널리스트 토니 사이카모어는 투자자 노트에 "최근 비트코인 상승 속도가 둔화됐는데 이는 하락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미국 ETF에는 지난달 5일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122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 ETF에는 28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10% 올랐고,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54%, 올해 들어 151% 상승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