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서방의 제재와 21%의 고금리 정책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WP는 지난 10일, 군수산업 중심의 경제구조 전환으로 단기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파산 위기와 방위산업 생산 둔화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4%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서방 제재의 실패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전쟁 이전인 2021년 말 세계은행이 전망했던 4.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4년 성장률이 0.5~1.5%로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전쟁 이전 9% 수준이던 물가상승률은 현재 7%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실업률은 2020년 5.8%에서 2024년 10월 2.3%로 낮아졌으나, 이는 전쟁 수행을 위한 군수산업 인력 확대와 징집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방비 지출은 전쟁 이전 대비 3배 이상 증가해 GDP의 10%를 상회하고 있다. 정부 예산의 약 40%가 전쟁에 투입되면서 민간 산업은 심각한 위축을 겪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인해 중국 등 '우호국'을 통한 비효율적 무역이 불가피해지면서 기업들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막대한 예상 투입에도 불구하고 방위산업의 타격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측근이자 국영 무기업체 로스텍의 세르게이 체메조프 회장은 현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대다수 기업이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소련 시대의 무기 재고가 2026년경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재로 인한 부품 수입 난항과 비용 상승으로 신규 무기 생산이 제약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금융당국도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리스 코발추크 금융감독국장은 고금리가 기업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러시아 쇼핑센터 연합은 다수의 쇼핑몰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특히 방위산업 계약업체들의 대금 미납과 자금조달 비용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푸틴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의 고금리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최근의 군사 작전 강도와 장비 손실률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 트럼프의 취임은 주요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취임 이후 크렘린은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기대하며 전쟁 승리에 자신감을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러시아의 수출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러시아발 경제 불안은 에너지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을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용 희귀가스 수급에 차질이 우려돼 한국 기업들의 대체 공급처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