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부의 보고서는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 확대를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에게 새로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의 LNG 신규 수출 금지 정책을 즉각 철폐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에서 ‘드릴, 베이비, 드릴’(석유를 시추해라)을 핵심 에너지 정책 구호로 내세웠다. 그는 화석연료 산업을 부활시켜 미국의 수출을 늘리려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을 늘릴 수 있도록 관련 규제도 없애려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하면 바이든 정부의 보고서를 폐기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책 보고서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WP가 전했다. 그렇지만 새 보고서를 내려면 최소한 수 개월에서 몇 분기가 걸릴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바이든 정부의 신규 LNG 수출 금지 정책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바이든 정부가 올해 1월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신규 LNG 수출 허가 동결 조처를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뒤 에너지부의 수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의 LNG 수출 사업 5건을 다시 허가할 계획이다.
미국이 지난해 LNG 수출국 순위에서 사상 첫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국의 LNG 수출량이 9120만t으로 역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8000만t 수준에 그친 호주와 카타르를 밀어내고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LNG 수출량은 2016년 76만7000t에 불과했지만 2017년 1400만t, 2020년 4900만t, 2022년 8100만t 등으로 늘었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었으나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 천연가스(PNG) 공급이 급감함에 따라 미국이 그 공백을 메우면서 수출량이 급증했다.
WP는 미국의 승인을 받은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와 현재 개발 중인 현황을 보면 미국의 LNG 수출이 2028년까지 현재보다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신규 가스 개발은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미 에너지부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이 추가로 LNG 수출을 허가하면 오는 2050년까지 1.5기가톤(Gt)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미국 연간 배출량의 4분의 1에 이른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또 “LNG 수출을 확대하면 국내 비축량이 줄어 미국 내에서 LNG 가격이 도매가 기준으로 31%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중심으로 한 공공 부문과 정유사 등 민간 부문의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이 트럼프 1기 정부 당시부터 지속해서 대미 수입을 늘린 원유와 LNG를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수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에 전체 원유와 가스 중 각각 13.5%, 11.6%를 미국에서 들여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은 우리나라의 2위 원유 도입국이자 4위 가스 도입국이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에 미국과 통상 마찰을 겪은 유럽연합(EU)도 미국산 LNG와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LNG 수입 확대 방안을 트럼프 당선인에게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