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10월 기준금리를 200bp(2%포인트) 인상한 이후 통화 여건이 예상보다 더 크게 긴축됐다"면서 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이코노미스트 12명 중 6명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200bp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명은 연 24%까지 300bp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고, 2명의 응답자만이 동결을 전망했다.
러시아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0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에도 11월에 전월의 8.5%에서 8.9%로 상승 폭이 커진 바 있다. 통화 당국이 주시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12월에 13.9%에 달하며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금리 동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루 전 러시아 국민과의 연례 질의응답 세션에서 중앙은행의 ’균형 잡힌‘ 결정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뒤 나온 것이다.
엘리나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내년 2월에 있을 다음 회의에서 현재 상황이 추가 금리 동결을 정당화할 것인지, 혹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의 임무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경제가 더 이상 과열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으며, 과열을 줄이는 동시에 저체온증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긴축적 기조는 현재 높은 물가 상승률과 강한 국내 수요에도 불구하고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을 재개하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전제 조건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연초 러시아 중앙은행은 하반기에 통화 완화 정책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물가 상승률 둔화에 대한 기대가 실현되지 않자 지난 7월부터 기준금리를 16%에서 급격히 인상했다. 중앙은행은 10월에는 기준금리를 연 19%에서 21%로 올렸고, 인플레이션이 2026년에나 목표치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르네상스 캐피털의 오레그 쿠즈민 리서치 책임자는 "기준금리 동결은 인플레이션과의 타협 없는 싸움에서 ’더 균형 잡힌 정책‘으로 전환했음을 시사한다"면서"이제 핵심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빠르게 인하하기 시작할지 아니면 21%로 유지할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