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24년 연말연시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을 크게 웃도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경제 회복과 여행 산업 부활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각) AP통신 보도를 비롯해 미국자동차협회(AAA) 자료에 따르면, 이번 특수는 단순 계절적 여행 수요를 넘어 미국 경제의 체질 개선과 소비 심리 회복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로 평가된다.
AAA와 항공업계 단체 에어라인스포아메리카(A4A)에 따르면, 올해 12월 21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1억1930만 명의 미국인이 50마일(약 80km) 이상을 여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9년 기록인 1억1890만 명을 경신하는 수준이다. 특히 항공 여행객은 785만 명으로 전년의 750만 명 대비 4.7% 증가할 전망이다.
여행 수요 급증의 동력은 견고한 고용시장과 실질 임금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3.7%로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년 대비 4.0% 상승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전년 대비 하락한 갤런당 3.05달러를 기록하면서 자동차 여행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여행 수단별로는 자동차가 1억700만 명으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한다. A4A는 12월 19일부터 1월 6일까지 항공사들이 하루 평균 280만 명의 승객을 수송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수준이며, 항공사들은 증가한 수요에 대응해 14만 개의 좌석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글로벌 측면에서도 여행산업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2024년 국제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의 80~95%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관광위원회(ETC)는 2024년 유럽 관광객이 2019년 수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시아 지역도 중국의 국제선 운항 확대와 일본의 관광 수요 증가로 회복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다만, 2025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여행 산업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이민정책 변화는 국제 여행에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감세 정책으로 인한 소비 진작은 국내 여행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에도 주목할 만한 영향이 예상된다. 미국의 소비 심리 개선은 화장품, 의류 등 소비재 수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국 방문 관광객 증가도 기대된다. 다만, 원/달러 환율 변동성과 통상정책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번 연말연시 여행 특수는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의 본격적 회복을 알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경제 기반과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맞물리면서 여행 산업의 성장 모멘텀은 2025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