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해 최소한 2.5%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기록하고, 경기 침체를 모면한 데는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가 일정 부분 기여했다. 그렇지만, 내년에는 노동 시장 둔화 등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가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11월 들어 둔화세를 멈췄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이는 10월 상승률(2.3%)보다 0.1% 포인트 높은 수치로 지난 7월(2.5%)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10월 0.2%에서 11월 0.1%로 낮아졌다.
JP모건 체이스는 보고서에서 “미국에서 2024년까지 고소득층이 소비를 주도했고, 다른 계층은 소비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여론 조사 기관 모닝 컨설트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고소득층과 그 이하 계층 사이에 재정 상태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중산층은 2023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물가 상승으로 저소득층과 비슷한 소비 행태를 보였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발생한 인플레이션 사태로 미국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가계신용 보고서를 보면 2분기 미국 신용카드 부채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0억 달러(5.8%) 늘어난 1조14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도 9.1%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1년 1분기(9.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씨티 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용카드 빚 채무 불이행 비율은 올해 분기에 7.1%로 2022년 같은 기간 3.69%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또 자동차 할부금 채무 불이행 비율은 그 사이에 2.02%에서 2.9%로 올라갔다. 소득 중 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2019년 사이에 평균 6.37%였으나 올해 10월에는 4.4%로 줄었다.
씨티 그룹은 내년도에 실업률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11월 실업률은 4.2%를 기록해 전월(4.1%)에 비해 0.1%포인트 증가했다. 연준은 18일 경제전망예측’ (SEP)에서 내년 실업률을 지난 9월 회의 때보다 0.1%포인트 낮은 4.3%를 제시했다.
노동 시장은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인다. 올해 11월 실업자의 평균 구직 기간은 23.7주였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5%주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