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항소법원 단계에서 미 의회가 제정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이른바 ‘틱톡 금지법’의 시행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이라며 막으려 했던 중국계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시도가 무산되자 틱톡이 마지막 수단으로 미 연방대법원에 틱톡 금지법의 발효를 막아줄 것을 최근 요청했고 연방대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하면서 연방대법원에서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방대법원이 틱톡의 손을 들어주면 다음달 19일(이하 현지시각) 발효될 예정인 틱톡 금지법은 시행에 들어갈 수 없게 되지만 틱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틱톡 금지법이 예정대로 발효되면서 틱톡의 미국 내 서비스는 멈추게 된다.
CNN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틱톡 금지법위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틱톡의 요청을 받아들여 심리를 열기로 했다고 전날 밝혔다.
◇미 연방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조치
미 연방대법원 규정에 따르면 이번 심리의 결과로 나올 수 있는 조치는 틱톡의 주장을 수용하든 하지 않든 크게 두 가지, 즉 정식 판결 또는 가처분 결정 가운데 하나다,
틱톡이 주장하는 틱톡 금지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리와 구두 변론 등을 거쳐 정식 판결을 낼 수도 있고 다음달 19일까지 심리를 마치는 것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되면 일시적으로 법 시행을 멈추게 하는 가처분 결정 또는 임시 금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법 시행 시점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빠듯한 상황에서 법률의 위헌성을 다투는 중대한 사안에 대한 판결이 조속히 나오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틱톡은 연방대법원에 이 법의 시행을 일단 멈춰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 신청은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법의 집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명하는 것으로 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될 때’, 즉 긴급 구제의 필요성이 분명할 때 내려지는데 연방대법원이 이를 인정할지 여부가 이번 사건의 관전 포인트다.
◇국가 안보 vs 표현의 자유
미 연방대법원이 틱톡 금지법의 핵심 쟁점인 ‘위헌 여부’에 대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있었던 판례를 보면 연방대법원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또는 사안에 따라 엇갈리는 판결을 내왔기 때문이다.
즉 가장 중요한 헌법 가치이면서 서로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 안보’와 ‘표현의 자유’ 가운데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판결이 다르게 나왔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사건을 맡은 연방대법원 입장에서 판단을 가를 최대 기준은 미국 의회가 제정하고 행정부가 승인한 틱톡 금지법의 국가 안보를 위한 정당한 조치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틱톡 금지법이 미국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다.
전자를 중시하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면 틱톡 금지법은 최종 확정되는 것이고 후자를 중시하는 의견이 다수이면 틱톡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1789년 만들어진 이래 국가 안보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결정을 내린 주요한 사건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사안의 성격이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랐으나 표현의 자유에 손을 들어준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같은 추세는 참고 수준일 수밖에 없고 이번 사건에 대한 실제 판단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먼저 국가 안보를 중시한 판례로는 1944년의 ‘코마레츠 대 미국 사건’, 2010년의 ‘테러리즘 지원 사건’이 꼽히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한 판례로는 1971년의 ‘뉴욕타임스 대 미국 사건’, 2012년이 ‘미국 대 알바레즈 사건’이 대표적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코마레츠 대 미국 사건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을 미국 정부가 강제 수용한 것이 국가 안보를 위해 정당하다고 판결했고, 테러리즘 지원 사건에서는 특정 테러 단체에 비폭력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뉴욕타임스 대 미국 사건에서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의 기밀 문서 보도를 금지하려 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미국 대 알바레즈 사건에서는 미국 정부가 제정한 허위 발언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으로 판결했다.
대체로 냉전 시기에 해당하는 20세기 중반 이전에는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판결이 많았던데 비해 20세기 후반 이후에는 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두는 판결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 연방대법원까지 올라온 이 사건은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소셜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법적 및 윤리적 차원에서,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어떻게 규제돼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과 관련한 매우 중요한 법률적 판단이 내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