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일론 머스크 같은 소유 보유층에 집중되는 방향으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권을 대표하는 진보 정치인으로 유명한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 주장하고 나섰다.
22일(현지시각)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지난 19일 X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국가로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올리가르히가 지배하는 전체주의로 전락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머스크를 겨냥했다.
샌더스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심지어 일부 미국 언론에서 머스크를 '그림자 대통령' 또는 '공동 대통령'에 비유하며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이 트럼프 당선자를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정부 재정지출의 투명성 확대를 주장해온 그는 “나와 반대편에 속한 진영에서도 좋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일할 생각이 있다”며 국방부를 비롯한 연방정부에 대한 머스크의 개혁 방침을 이달 초 높이 평가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정부 셧다운 위기에 기름을 부을 정도로 머스크가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머스크는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세계적인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를 통해 주요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머스크의 엄청난 부와 영향력이 공공 정책과 민주적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샌더스는 주장했다.
그는 “머스크가 현재 미국 경제계와 정치계에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과두제’의 전형적인 사례”라면서 “머스크와 같은 억만장자들이 기술과 미디어를 장악해 일반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결정권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두제 논란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문제가 돼왔다. 주로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권력 집중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억만장자와 대기업이 선거 자금이나 로비를 통해 정치에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특히 지난 2010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기업들이 정치 캠페인에 무제한으로 기부할 수 있게 되면서 부유한 개인과 기업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맞서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같은 진보성향 정치인들이 경제 불평등과 억만장자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러시아의 경우 소수의 올리가르히로 불리는 초부유층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국가의 주요 자원을 장악해 정치권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확대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도 권력과 부가 일부 엘리트층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정부 고위층과 대기업 간의 밀접한 관계가 종종 문제로 지적돼왔다. 특히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려온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이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이후 갑작스레 활동을 중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도의 경우도 무케시 암바니와 가우탐 아다니로 대표되는 일부 재벌이 막대한 경제적 및 정치적 권력을 휘두르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아다니는 최근 뇌물 스캔들로 미 연방 검찰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기소당하기도 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