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올해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OKX와 업비트는 물론이고 앵커리지, 비트고(BitGo) 및 GSR을 포함한 다양한 암호화폐 사업자에게 13개의 암호화폐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반면 싱가포르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금융 중심지 홍콩의 경우에는 라이선스 발급 건수 등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홍콩에서는 총 7개의 거래 플랫폼이 정식 라이선스를 받았고, 그중 4개 플랫폼은 지난 18일에 일부 제한 사항과 함께 허가를 받았다. 나머지 7개 암호화폐 플랫폼은 잠정 허가를 받았고, OKX와 바이비트와 같은 유명 거래소는 홍콩 라이선스 신청을 철회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홍콩은 모두 전용 제도, 토큰화 프로젝트,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디지털 자산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두 도시는 또한 암호화폐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 위상을 강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홍콩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장 유동성이 높은 암호화폐 거래만 허용하며, 알트코인으로 알려진 더 작고 변동성이 큰 토큰에 대한 투자는 금지하고 있다.
홍콩에서 현금과 암호화폐 장외 거래를 제공하는 체인점인 원 사토시의 로저 리 공동 설립자는 "홍콩에서 이를 충족하고 수익을 내기에는 기준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아시아에서 사업 확장을 고려하는 디지털 자산 회사 경영진들에게 암호화폐 거래가 금지된 중국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에 라이선스를 신청한 마켓 메이커인 B2C2의 지역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로저스는 "홍콩의 특별 행정 체제는 다른 국가와는 다른 위험 요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디지털 자산 지원 환경이 지역 중심지로서 안전하고 장기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도매 금융 측면에서는 두 도시 모두 규제를 받는 금융 기관들이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실험하도록 하는 데 있어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11월에 국가 지원 이니셔티브인 ‘프로젝트 가디언(Project Guardian)’과 ‘글로벌 레이어 1(Global Layer 1)’을 통해 자산 토큰화의 상용화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홍콩은 HSBC 홀딩스의 토큰화 플랫폼을 사용해 60억 홍콩 달러(7억7000만 달러·1조1000억 원) 규모의 디지털 녹색 채권 판매를 감독했다.
홍콩은 또한 지난 4월에 현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했다. 다만 홍콩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 투자 규모는 모두 합쳐서 약 5억 달러 수준으로 미국에서만큼 구매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미국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에는 약 1200억 달러의 투자자금이 몰린 바 있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벤 사로엔웡 금융학 부교수는 "싱가포르의 체계는 신규 진입자와 기존 기관 간의 상호 작용을 장려한다"면서 "홍콩은 기존 금융 기관에 집중해 기회 창출이 더 적고 혁신의 범위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