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중국 구매자들의 수요가 줄면서 올해 최고급 부르고뉴 와인과 빈티지 샴페인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로 인해 지난해 큰 어려움을 겪었던 고급 와인 시장은 전통적으로 프랑스산 레드 와인의 주요 구매자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수요 감소로 인해 2년 연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는 "올해 11월은 일 년 중 최악의 달 중 하나였다"면서 "우리는 아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런던국제와인거래소의 전체 고급와인100 지수는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9.2%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 시장은 20% 상승했다.
FT는 이러한 와인 시장의 부진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간에 시장이 호황을 누렸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봉쇄 기간에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지만, 저축과 시간적 여유가 넘치는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와인 시장은 전례 없는 활황을 보였다.
와인 투자 플랫폼 와인파이(WineFi)의 칼럼 우드콕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약세장은 팬데믹 기간의 전례 없는 강세장에 이은 오랜 조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최고급 부르고뉴 와인을 사들인 중국의 수요 감소 여파로 된서리를 맞았다. 중국 구매자들이 국내 경기 부진으로 소비를 억제하면서 고급 와인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런던국제와인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타격을 입은 유명 와인 중에는 샤토 라피트 로실드의 카루아드 드 라피트(Carruades de Lafite)를 들 수 있다. 이 와인의 2021년 빈티지는 올해 12 케이스에 29% 급락한 1640파운드(약 300만 원)에 거래됐다. 2012년 빈티지는 42% 폭락한 1740파운드(약 320만 원)를 기록했다.
부르고뉴 와인 중에서는 도메인 조르주 루미에의 2020년 빈티지 본느 마레스 그랑 크뤼(Bonnes Mares Grand Cru)가 44% 폭락한 케이스당 1만1529파운드(약 2100만 원)에 거래됐다. 샴페인 하우스 루이 뢰더러의 2015년 빈티지는 거의 17% 하락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 와인 수집가들의 판매가 이 지역의 가격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많은 유럽 생산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첫 번째 임기 동안 일부 유럽산 와인 수입에 대해 부과했던 것처럼 무역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업계 전반의 우울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은 올해 가격 하락을 고가의 와인을 헐값에 구매할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크뤼 와인(Cru Wine)의 스워트버그 CEO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현재의 시장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기 시작했다"면서 "2년 전만 해도 이런 가격에 이런 와인을 사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