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현대전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군의 AI 시스템 운용 실태가 미래전의 실체와 그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AI 군사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스라엘 국방군의 'AI 공장'은 네바팀 공군기지의 '목표 센터'에 위치해 있으며, '합소라' 시스템은 수백 개의 예측 알고리즘 위에 구축된 기계학습 소프트웨어다. 이 시스템은 도청된 통신, 위성 영상, 소셜네트워크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여 터널, 로켓 발사 지점, 무기고 등의 군사 목표물 좌표를 도출한다. '라벤더' 시스템은 통신 패턴, 왓츠앱 그룹 멤버십, 주소지 변경 빈도 등을 분석해 하마스 조직원 가능성을 수치화했다. 여기에 이미지 인식 AI는 위성사진에서 로켓 발사기나 새로운 터널 공사 흔적까지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발생했다. 1분당 2개 표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허용 민간인 사상자 기준이 1명에서 최대 20명으로 확대됐다. 일부 사례에서는 라벤더의 점수만으로 공격이 결정되기도 했으며, 정보의 정확성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전쟁 초기에는 AI 시스템의 예측을 검증하기 위한 인간 분석가의 이중 확인 절차가 있었으나, 전쟁이 진행되면서 이 과정이 축소되거나 생략되었다. AI는 민간인 사상자 추정을 위해 휴대폰 기지국 데이터와 드론 영상을 분석했지만, 전원이 꺼진 휴대폰이나 어린이 등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특히 표적 선정 과정에서 남성이라는 점만으로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 윤리적 논란을 키웠다.
글로벌 방위산업은 이미 AI 군비경쟁에 돌입했다. 미국 국방부는 'AI 우선(AI First)' 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600개 이상의 AI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중국은 2027년까지 'AI 기반 지능화 군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AI 기반 자율무기체계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드론 군집 작전 능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도 AI를 활용한 사이버전과 정보전 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의 AI 전쟁 사례는 이러한 글로벌 AI 군비경쟁이 실전에서 어떤 형태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AI 기반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국정과제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3년 4월 개소한 국방 AI 센터는 AI 도입을 위한 정책 지원과 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이미 6군단 GOP 일대에 AI 기술과 지능형 경계 플랫폼을 통합 구축해 무인 경계 작전 능력을 강화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AI 임무 통제 기술, 전투기용 AI 조종사 등 첨단 분야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편, AI 군사화의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연구소의 하이디 클라프 수석과학자는 "AI 시스템에는 전쟁과 같은 생사가 걸린 상황에 부적절한 내재적 부정확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자율주행차 업계가 10년간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100% 정확도를 목표로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AI 의존도 심화를 경계했다.
AI는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그 이면의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은 AI 군사 기술 확보와 함께 윤리적 가이드라인 마련, 방어체계 구축에도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AI 시대의 국가안보는 기술력과 윤리의 조화에 달려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