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 산업이 대형 석유회사 중심의 효율 경영 시대로 전환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에 따른 에너지 정책 변화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과거 모험적 시추업자(와일드캣터) 중심이던 미국 셰일 산업이 대형 석유회사의 주도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시추 규제 완화 공약이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순수입국인 한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셰일 산업의 변화는 다음 네 가지 측면에서 주목된다. 첫째, 산업 구조의 대형화가 뚜렷하다. 미국 최대 유전지대인 퍼미안 분지의 경우, 과거 30개 회사가 생산하던 원유량의 3분의 1을 현재는 엑손모빌,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3개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화 추세는 트럼프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둘째, 생산 전략이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율은 3.6%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에너지 정책이 실현될 경우, 생산량이 다시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900만 배럴에서 1300만 배럴로 증가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기술적·환경적 제약이 도전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력망 용량 제한, 폐수 처리 문제, 지질학적 한계 등이 생산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 트럼프의 환경 규제 완화 정책은 이러한 제약을 일부 해소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넷째, 미국의 원유 비축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IA 자료에 따르면, 12월 20일 기준 상업용 원유 비축량은 420만 배럴 감소한 4억1680만 배럴로, 5년 평균보다 약 5%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의 증산 정책은 비축량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글로벌 수급 상황에 따라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의 규제 완화 정책은 미국의 원유 공급을 늘려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환경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도 주목된다. 에너지 순수입국인 한국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하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와 신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미국 셰일 산업은 구조적 변화와 정책적 변화라는 이중 변수에 직면해 있다. 대형 회사 중심의 효율적 생산 체제로의 전환과 트럼프의 잠재적 규제 완화 정책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새로운 판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수입국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