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인 루이지 만조니가 이처럼 극단적인 행위를 한 배경에 미국 보험사의 반복된 진료비 지급 거부와 과도한 경제적 압박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악명 높기로 유명한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가 이 살인사건의 주요한 배경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P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7%가 톰슨 CEO가 피살당한 책임은 단순히 가해자 한 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와 진료비 거부 정책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니티페어는 이 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기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은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했다.
존 스미스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학과 교수는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지나치게 기업 이윤에 집중돼있다“면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비용 절감과 이익 창출 뒤로 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이번 사건은 보험사의 진료비 거부와 이윤 극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비극적 결과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 역시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은 미국 보험사의 이윤 구조를 규제하고 환자 보호를 위한 법안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낸시 윌리엄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미국 의료 시스템의 비극적 결과"라며 "보험사들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환자 치료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 일부 인사들도 보험사 운영의 투명성과 비용 거부 문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며 의료보험 제도 전반에 걸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보험사 중심의 의료보험 시스템이 아닌 환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미국 사회에서 최근 들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보험사의 과도한 이윤 추구가 환자의 치료를 방해한다"고 답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