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아시아 신흥국, 국부펀드 경쟁 가속화..."제2의 테마섹 꿈꾼다"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아시아 신흥국, 국부펀드 경쟁 가속화..."제2의 테마섹 꿈꾼다"

인니·인도 등 대규모 펀드 출범 추진..."정치적 통제 우려" 지적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로고. 사진=로이터
아시아 신흥국들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국부펀드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지만, 정부의 과도한 통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고 12월 31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행보가 주목된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지난 11월 '다야 아나가타 누산타라'(다난타라) 펀드 출범을 발표하고, 수년 내 운용자산을 982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해 아부다비투자청(ADIA)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제시했다.
다난타라는 인도네시아투자청이 보유한 국유자산과 만디리은행, 페르타미나 등 7개 국영기업을 통합 운영하게 된다. 펀드는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로, 국영기업 경영 효율화가 주요 목표다.

태국도 국부펀드 설립에 나섰다. 45억 달러 규모의 바유팍펀드1은 정부가 운영하는 뮤추얼펀드 형태로, 국내 소매·기관 투자자 자금을 조달해 태국 주식에 투자한다. 지난 10월부터 태국증시 상장주식 매입을 시작했으며, 이후 SET지수는 1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 역시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를 위한 국부펀드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시아 경제의 성장과 함께 국가 자산의 효율적 운용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들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7%의 수익률을 기록한 싱가포르 테마섹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테마섹은 정부 소유이지만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운용으로 세계적 투자기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새로운 국부펀드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1MDB 부패 스캔들과 같은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장 분석가는 "인도네시아의 다난타라의 경우, 정부 통제하에 있는 금융기관이 포퓰리즘 정책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신흥국 국부펀드들은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구조다. 이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한 테마섹의 운영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부펀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투명한 운용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시장 원리에 따른 투자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국부펀드 설립 경쟁이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투자공사(KIC)의 역할과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신흥국들이 싱가포르 테마섹을 벤치마킹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KIC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운용자산 규모 확대와 투자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거버넌스 측면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자산운용 전문가는 "KIC가 정부 통제와 전문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테마섹처럼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운용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국부펀드를 통한 새로운 투자 기회 모색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인프라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만큼, 이를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