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첫 100일이 美·中 관계 가른다"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첫 100일이 미·중 관계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기회의 창'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 측과의 조기 접촉을 모색하고 있다고 12월 31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상하이 푸단대학교 우신보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첫 100일은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이 기간 양국 간 소통이 향후 관계 설정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성향과 양국 간 구조적 긴장을 고려할 때, 관계 개선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만, 남중국해, 펜타닐 문제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노선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는 이미 취임 직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 조치를 할지 주목된다.
베이징 소재 싱크탱크 안바운드의 저우차오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강화될 수 있는 시기"라며 "TSMC의 중국 수출 제한, 대만 무기 판매, 중국 기업 블랙리스트 추가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트럼프와의 직접 소통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 중이다. 루캉 중국 공산당 국제부 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은 최근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과 국무부 관리들을 만났다. 중국 상무부도 "새 행정부와의 경제·무역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콩대학교 리청 교수는 "미·중 긴장은 이제 '뉴노멀'이 됐다"면서도 "일부 분야에서는 긴장 완화의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가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마르코 루비오를 국무장관에 지명하는 등 주요 요직에 매파 인사들을 기용할 것으로 보여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존스홉킨스대 호펑훙 교수는 "트럼프는 이번에 더 강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며 "의도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협상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대화를 유지하겠다"면서도 "관세나 기술전쟁에서는 승자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후닝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의 접근법은 일관되고 안정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한국 경제와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한 국제관계 연구원은 "트럼프의 대중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다"며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와 수출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미·중 간 대만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외교안보 연구소 관계자는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는 한반도 안보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각적인 외교 채널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국의 전략적 포지셔닝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한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실용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양국 관계의 '기회의 창' 시기에 한국도 적극적인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