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가스관을 이용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유럽 공급이 중단된다. 로이터통신은 가스프롬이 2025년 1월 1일 가스 수송량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체결한 우크라이나 우렌고이 가스관 5년 사용 계약이 종료됐다. 가스프롬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통해 3720만㎥의 가스를 유럽에 공급했는데 전날 4240만㎥보다 420만㎥ 적다. 2025년 1월 1일에는 가스 수송량이 완전히 '0'으로 떨어지게 된다.
친러시아 성향 회원국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크라-러시아 가스 송유관 봉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집행위에 "러시아산 가스를 차단한다는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암묵적 수용은 잘못이고 비이성적이다. 긴장을 고조하고 상응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러시아와 우호적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가스 계약이 체결되면 그때부터 '헝가리 소유'가 되므로 러시아산이 아닌 '헝가리산'으로 표기해 운송하자는 묘책을 내기도 했으나 우크라이나는 거부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일부 친러시아 유럽 국가가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고 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러시아를 깜짝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가스 공급 문제를 논의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어제 푸틴 대통령과 피초 총리가 대화했다. 그들은 에너지와 가스 문제를 논의했다. 꽤 상세한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의 피초 총리가 서방 지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러시아를 찾은 것은 우크라이나가 내년부터 러시아산 가스 수송을 중단하기로 해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연간 약 150억㎥의 러시아 천연가스를 여러 유럽 국가로 보내왔는데 올해로 만료되는 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산 가스 전송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에 유럽 가스 가격 상승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에 공급한 가스는 약 150억㎥로 2018∼2019년 최고치의 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슬로바키아 등의 반발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끊길 체코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요르겐센 EU 신임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이르면 내년 초 러시아 의존도를 더 줄이는 계획을 회원국에 제안할 것으로 보이지만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가스 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EU 정상으로는 이례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기도 한 피초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사실상의 '보복 조치'도 예고했다. 언론 폴리티코 유럽판은 유럽 에너지 공급에 대한 러시아의 장악력이 예전보다는 약해졌지만 이번 '가스 분쟁'은 러시아가 여전히 EU에 경제·정치적 손해를 줄 만한 능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설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때 유럽 가스 시장을 장악했던 러시아가 노르웨이, 미국, 카타르 등에 점유율을 내줬고 이번 우크라이나의 계약 연장 거부로 유럽 시장 지배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아제르바이잔 가스를 활용한 타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가스관을 통해 아제르바이잔 가스를 유럽에 전송하면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을 대신해 튀르키예 등에 가스를 제공하는 시나리오 등이 거론된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런 계획을 실행하려면 긴 시간이 걸린다면서 유럽이 비싼 미국의 LNG(액화천연가스)보다 값싼 러시아 가스에 얼마나 관심을 더 두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