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각) 중국 기업들이 대미 수출 길이 막히지 않도록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을 들여와 제3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방식 등으로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은 중국 밖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데 따른 비용 증가를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어 미국 소비자가 그 부담을 떠안는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2018년에 단행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제조업 재편이 이뤄졌고, 이번에는 이보다 더 광범위한 산업 지형 재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이 신문이 짚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인 2018년 3월에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그해 7월 중국 상품 818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액수는 34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도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 등 545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반격을 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큰 틀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중 관세 정책을 그대로 계승했다. 미·중 통상 마찰로 미국 기업들은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수입선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동원했다. 미국의 일부 기업이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기도 했으나 다수의 기업은 여전히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을 이용해 멕시코, 베트남 등 제3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고 NYT가 강조했다.
중국산 제품이 미국으로 들어오는데 관세를 피하려고 좀 더 먼 길을 돌아서 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강화되거나 다변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화했고,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만 늘어났다고 경제 전문가들이 평가했다고 NYT가 전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을 피하려고, 기업들이 우회로를 개척함에 따라 미·중 간 직접 교역이 줄었으나 글로벌 교역이 감소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글로벌 교역이 영향을 받지는 않았고,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지도 않았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미국은 최대 수입국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고 NYT가 강조했다.
NYT에 따르면 미·중 간 교역은 2018년에 4170억 달러가량이었으나 2023년에는 2780억 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중국의 전체 수출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미국의 베트남, 대만, 멕시코, 캐나다 등과의 무역 적자가 이 기간에 그만큼 증가했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을 고려해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의 규모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도록 회계와 납세 ‘꼼수’ 전략을 쓰고 있다고 NYT가 보도했다. 일부 전자 제품 생산업체들은 실질적으로 중국산인 제품을 베트남 등에서 최종적으로 조립하거나 포장하는 방식으로 베트남산으로 둔갑하게 한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일부 기들은 제품 가치 조작 방식으로 수입품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지식재산권, 로열티, 브랜드, 연구개발비, 등록비 등을 글로벌 자회사로 넘기는 게 그 대표적인 방식이다.
미·중 통상 마찰로 중국의 올해 전체 무역 중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줄었다. 올 1~11월 수출입 총액에서 미국 점유율은 11.2%로, 중국이 세계 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