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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드] 독일 볼로콥터, '자금난'에 추락…항공 택시 꿈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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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드] 독일 볼로콥터, '자금난'에 추락…항공 택시 꿈 좌초?

2인승 모델 '볼로시티' 개발…인증 절차 막바지에 '청천벽력'
2월 구조조정 계획 발표…투자 유치 실패 시 '사업 청산' 가능성도

독일 신생기업 볼로콥터(Volocopter)가 제작한 전기 에어택시 드론 프로토타입이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신생기업 볼로콥터(Volocopter)가 제작한 전기 에어택시 드론 프로토타입이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하늘을 나는 택시'를 꿈꾼 독일 스타트업 볼로콥터가 갑작스럽게 파산 신청을 하면서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마치 고공 비행 중 엔진 고장을 일으킨 비행기처럼, 볼로콥터는 자금난이라는 암초를 만나 꿈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추락하고 말았다.

DW 등 독일 언론들은 1일(현지시각) 볼로콥터가 투자 유치에 실패해 카를스루에 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볼로콥터, 자금난'에 추락…항공 택시 꿈 좌초?


볼로콥터는 현재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 회사는 올해 상업 시장 진입을 목표로 개발 중인 2인승 '볼로시티(Volocity)' 모델의 인증 절차를 밟아왔다.
임시 파산 관재인 토비아스 발은 직원 급여가 파산 수당으로 보장된다고 밝혔다. 루시 프린츠 볼로콥터 인사 담당 임원은 "회사 운영은 계속된다"며 직원 고용 상태에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항공 전문가들은 볼로콥터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항공 전문가 하인리히 그로스봉가르트는 "투자자들이 점점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비관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만하임 유럽경제연구소(ZEW)의 안나 슈트라우빙거는 "아직 협상 중이며 기회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볼로콥터는 2027년 5인승 모델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EASA(유럽항공안전청) 인증 절차의 75%를 완료한 상태다.

볼로콥터는 파산 신청에도 사업을 계속 운영하며, 오는 2월까지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볼로콥터는 올해 상업 시장 진출을 목표로 2인승 eVTOL '볼로시티' 개발에 매진해왔으나 최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파산 신청에 이르게 됐다. 이는 eVTOL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과도 무관하지 않다. 초기 투자금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인증 절차와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루시 프린츠 인사 담당 임원은 "당장은 직원 고용 상태에 변화가 없으며, 운영은 지속된다"고 밝혔다. 토비아스 발 임시 파산 관재인 역시 "2월 말까지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고 투자자와 함께 이를 실행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하지만 구조조정만으로는 회생을 장담하기 어렵다. 볼로콥터는 기술력 확보와 더불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

모든 전문가가 낙관하는 것은 아니다. 항공 전문가 하인리히 그로스봉가르트는 "투자자들이 점점 회의적이 되고 있으며, 볼로콥터가 EASA 인증을 빠르게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파리 올림픽에서 시험 비행을 취소했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볼로콥터는 인증 절차의 복잡성과 비용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2인승 모델로는 수익성이 낮아, 최소 5~6인승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항공 택시 시장에서는 4인승 이상의 모델 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볼로콥터가 2인승 모델에 집중한 것은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경쟁사 릴리움, 투자 유치 성공…볼로콥터는 '고전'


볼로콥터의 경쟁사인 릴리움은 최근 투자자 유치에 성공해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모빌리티 업리프트 코퍼레이션은 릴리움을 인수하며, 10년간 개발해온 eVTOL을 상업화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볼로콥터는 여전히 투자자와 협상 중이다. 릴리움은 7인승 모델을 개발하며 항공 택시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볼로콥터는 릴리움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한다.

만하임 유럽경제연구소의 안나 슈트라우빙거는 "볼로콥터는 기술적으로 경쟁력이 있으며,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며 "적절한 투자자가 있다면 회생 가능성은 있다"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그녀 역시 독일 내 항공 택시 시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공유했다. 슈트라우빙거는 "항공 택시는 비용이 높아 소수의 고소득층만 이용할 수 있으며,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기에는 인프라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항공 택시는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이 높기 때문에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착륙 시설, 충전 인프라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항공 택시는 미래의 교통 수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헬리콥터를 대체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로스봉가르트는 "항공 택시가 도시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모빌리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된 것"이라며 "이 기술은 틈새 시장에서만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 택시는 운영비가 높고, 인프라 구축이 어렵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볼로콥터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2025년 상업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한 지속적인 노력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몇 달간의 투자 유치 과정이 볼로콥터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볼로콥터는 과연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오는 2월, 볼로콥터가 발표할 구조조정 계획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늘을 나는 택시'의 꿈을 이루기 위한 볼로콥터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VTOL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볼로콥터는 기술 혁신, 투자 유치, 그리고 시장의 신뢰 회복이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