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강한 이견이 표출될 정도로 논란이 거세다.
미국 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급부상한 H-1B 비자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통로
H-1B 비자는 미국 내에서 전문직 노동자로 일하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일종의 임시 취업 비자다. 주로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엔지니어링(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분야, 즉 미국에는 충분치 않은 전문 인력인 STEM 분야의 숙련된 노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1990년 미국 이민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H-1B 비자의 전신은 지난 1952년 이민 및 국적법에서 처음 도입된 H-1 비자. H-1 비자는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비자였으나 당시에는 국가별 할당제가 존재했고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에게 상당한 제한이 가해졌다. 그러던 것이 1990년 개정 이민법을 통해 간호사용 비자인 H-1A와 전문직 기술자용 비자인 H-1B로 세분화된 뒤 H-1A 비자는 이후 1995년 폐지됐고 H-1B 비자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H-1B 비자는 처음 도입될 당시부터 최대 3년간의 체류 기간을 허용했고 이후 한 번 더 3년 연장이 가능해 총 최대 6년간 체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국 정부는 매년 6만5000개의 ‘일반 H-1B 비자’와 2만개의 석사 이상 학위자용 H-1B 비자를 발급한다. 그러나 신청자가 항상 초과하기 때문에 추첨제도를 통해 비자가 배분된다.
◇ H-1B 비자의 문제…추첨제와 국가별 상한제
H-1B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학사 이상의 학력, 전문학사 학위와 6년 이상의 직업경력이 필요하다. 학위 전공과 업무가 일치해야 하며 반드시 전문직이어야 한다.
H-1B 비자는 매년 4월 신청을 받은 뒤 추첨으로 수혜자를 선정한다. 추첨제는 넘치는 신청자를 감당할 수 없어 도입됐으나 일부 미국 기업들이 한 명의 근로자에게 여러 건의 신청을 넣어 추첨 확률을 높이는 문제가 발생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동안 컸다.
이에 따라 기존의 추첨제가 2025회계연도부터 ‘근로자 중심’ 시스템으로 개편됐고 그 결과 한 명의 근로자는 한 차례만 추첨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
H-1B 비자 자체는 영주권과 무관하다. 허용된 체류 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없고 미국을 떠나야 한다. 다만 상당수 H-1B 비자 수혜자들이 영주권을 신청하는데 이 때 국가별 상한선이 적용된다.
특히 H-1B 비자 수혜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도 국적자들은 이 상한제 때문에 최대 130년의 대기 기간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정도로 적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H-1B 비자 수혜자들은 오랜 기간 고용주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문제가 늘 지적돼왔다.
미 연방이민국(USCIS)이 집계하는 H-1B 비자 발급률을 살펴보면 70% 안팎, 즉 거의 대부분이 인도 출신이고 그 다음이 10% 남짓의 중국이다. 캐나다, 한국, 필리핀, 베트남 등이 중국 다음으로 많다. 한국 출신자의 비중은 1~2%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 출신이 유독 많은 이유는 미국 IT 업계에서 인도 출신 노동자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영어 사용 인구가 많고 STEM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가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것도 큰 이유다.
◇ 긍정적 vs 부정적 의견
이민자 권익단체인 미국이민위원회(AIC)의 연구에 따르면 H-1B 비자 프로그램은 H-1B 비자 수혜자가 많은 산업일수록 실업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IT 업종에서 종사하는 H-1B 비자 수혜자들은 특허 출원을 비롯한 혁신적 성과를 내는데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임금 인상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에 이민 규제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로 유명한 미국이민개혁연맹(FAIR) 같은 반이민 단체들에서는 H-1B 비자 제도가 미국인의 임금을 끌어내리고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대폭적인 규제 또는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더힐은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재임 기간 중 H-1B 비자 정책은 미국의 이민 정책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논쟁은 단순한 정책의 문제를 넘어 미국의 경제, 기술, 이민 정책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