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2010년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강화됐던 '룩 이스트(Look East)' 정책의 방향이 수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I, 우주기술 등 첨단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가 강화되면서 중동 국가들의 기술협력 파트너 다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일본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NEC 등 20여 개 일본 기업이 최근 UAE를 방문해 우주 기술 수출을 추진했다.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기술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위치가 중동 시장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기회가 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 5월 UAE와 경제동반자협정을 체결해 자동차와 방산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인도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디지털 인프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에너지 의존형 경제에서 탈피하려는 노력과 맞물려 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AI와 첨단기술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 아래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동 국가들은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과 균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특히 미국의 중동 군사개입이 감소한 이후에는 파트너 다변화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향후 중동 시장을 둘러싼 기술 강국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일본과 한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