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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딜러, '생존 기로'에...가격 전쟁·전자상거래가 업계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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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딜러, '생존 기로'에...가격 전쟁·전자상거래가 업계 강타

전년 대비 4.7% 성장에도 업계 손실 240억 달러...4000여개 딜러 폐업

중국 자동차 딜러들이 자동차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자동차 딜러들이 자동차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년 대비 4.7%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딜러들은 2025년에도 어두운 전망에 직면해 있다. 중국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가격 전쟁과 전자상거래의 부상으로 인해 많은 딜러들이 수익 창출에서 기업 파산으로 전환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5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자동차딜러협회가 발표한 12월 말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2024년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업계 손실은 1776억 위안(약 243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845억 위안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전국 딜러의 약 27%가 지난해 예상 매출의 70% 미만을 달성했으며, 전체 딜러의 10%에 해당하는 약 4000개 업체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5년 1월 설 연휴 기간의 판매 부진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주요 원인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지속적인 가격 인하 경쟁이다. 중국승용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195개 모델의 가격이 인하됐으며, 이는 2023년 150개 모델보다 증가한 수치다. 순수 전기차는 평균 10%, 하이브리드는 4.3%의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전기차 시장의 변화다. 골드만삭스는 시장 선두주자인 비야디(BYD)가 차량 한 대당 1만300위안을 감면할 경우 중국 전기차 산업 전체가 적자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하이의 완투자동차서비스 차오 후이 매니저는 "가격 전쟁에서 큰 손실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딜러는 거의 없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73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중국 2위 딜러 차이나그랜드오토모티브는 주가 하락으로 상장 폐지되었으며, 팡다자동차무역은 2023년 6월에 업계 최초로 파산했다.

중국 자동차 딜러 업계의 위기는 2018년부터 본격화됐다. 더 많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현재 중국의 전기차 보급률은 50%를 넘어섰으며,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는 전 세계 판매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자문사 인테그리티의 딩 하이펑 컨설턴트는 "자동차 딜러들의 즉각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더 많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택함에 따라 수천 개의 자동차 딜러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 딜러 업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통적인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서비스 중심의 사업 구조로의 전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이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딜러 업계의 위기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유통 구조의 변화는 한국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제조사들의 직접 판매 확대는 한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유통 구조에 큰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그룹도 온라인 직영 판매를 확대하고 있어, 기존 딜러들의 사업 모델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중국발 가격 전쟁이 한국 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 경쟁에 동참해야 할 수 있어 자동차 딜러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딜러들은 단순 판매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의 사업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정비, 중고차 거래, 고객 경험 관리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영역으로의 확장이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중국 시장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