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동차딜러협회가 발표한 12월 말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2024년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업계 손실은 1776억 위안(약 243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845억 위안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러한 위기의 주요 원인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지속적인 가격 인하 경쟁이다. 중국승용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195개 모델의 가격이 인하됐으며, 이는 2023년 150개 모델보다 증가한 수치다. 순수 전기차는 평균 10%, 하이브리드는 4.3%의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
이미 업계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73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중국 2위 딜러 차이나그랜드오토모티브는 주가 하락으로 상장 폐지되었으며, 팡다자동차무역은 2023년 6월에 업계 최초로 파산했다.
중국 자동차 딜러 업계의 위기는 2018년부터 본격화됐다. 더 많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현재 중국의 전기차 보급률은 50%를 넘어섰으며,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는 전 세계 판매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자문사 인테그리티의 딩 하이펑 컨설턴트는 "자동차 딜러들의 즉각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더 많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택함에 따라 수천 개의 자동차 딜러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 딜러 업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통적인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서비스 중심의 사업 구조로의 전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이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 딜러 업계의 위기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유통 구조의 변화는 한국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제조사들의 직접 판매 확대는 한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유통 구조에 큰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그룹도 온라인 직영 판매를 확대하고 있어, 기존 딜러들의 사업 모델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중국발 가격 전쟁이 한국 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 경쟁에 동참해야 할 수 있어 자동차 딜러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딜러들은 단순 판매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의 사업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정비, 중고차 거래, 고객 경험 관리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영역으로의 확장이 생존을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중국 시장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디지털 전환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