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로 한국 헌정사에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수사 대상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서울 용산에 있는 대통령 관저 앞에서 태극기와 함께 미국 성조기를 흔들며 집회를 벌이는 모습에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다.
태극기는 모르겠지만 미국 국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이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영국 유력 일간 가디언이 “단순한 친미 성향을 넘어 미국을 이상적 국가로 바라보는 한국 보수 진영의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5일(현지 시각)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가디언은 “한국의 보수 진영은 미국을 단순한 동맹국 이상으로 여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은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을 해방시킨 주역, 6·25전쟁 당시 한국을 지원한 '자유의 수호자'로 간주된다”며 이같이 전했다.
가디언은 특히 “기독교적 가치와 민주주의를 결합한 미국의 이미지는 보수 성향 개신교계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 등 극우 성향 개신교 지도자들이 매주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며 '반공주의'와 '반북 정서'를 강조해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같은 집회에서는 늘 영어 동시통역과 미국 후원금 계좌 안내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도 가디언은 주목했다.
가디언은 “한국 보수 진영 내 개신교 네트워크는 윤 대통령 지지 운동의 핵심 기반”이라면서 “이들은 미국의 기독교 우파와 연결된 가치관을 공유하며 정치적 반대 세력을 ‘반국가, 친북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성조기를 흔드는 행위를 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