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빅펀드) 3기는 지난해 12월 31일 첫 투자를 시작했다. 국영 중국개발은행이 후원하는 화신투자관리와 함께 930억 위안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했으며, 이어 710억 위안 규모의 추가 펀드도 설립해 현재까지 총 1640억 위안의 투자가 이뤄졌다.
특히 3기 빅펀드는 외부 자금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정부 주도 투자에서 벗어나 민간 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주요 투자 대상으로는 실리콘 웨이퍼 등 반도체 소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이 꼽힌다.
빅펀드는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 계획의 핵심 수단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지속적인 제재로 첨단 반도체 분야의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3기 빅펀드가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예상되는 추가 제재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고 분석한다. 특히 외부 자금 유치를 통한 투자 확대는 정부 주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한편 중국 정부는 3기 빅펀드의 구체적인 투자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기존의 투자 패턴으로 볼 때 파운드리, 설계, 장비, 소재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3440억 위안 규모 빅펀드 3기 출범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자립 가속화 움직임은 한국 기업들의 전략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
우선 중국의 대규모 투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에 대비해 차세대 기술 개발과 초격차 확보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다.
반면 중국의 파운드리와 소재 부문 투자 확대는 관련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일부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에 대응해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